“대기오염이 심해지면 사망률도 높아진다”는 가설은 이제 정설로 자리 잡아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기오염이 개선되면 사망자 수가 감소할까?”라는 가설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실증 연구가 별로 없어서 결과를 궁금하게 여기던 터였다. 그러다 2002년에 아일랜드의 더블린(Dublin)에서 실시된 연구에서 “그럴 수 있다”라는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The Lancet』제360호;1210-1214쪽, 2002년10월) 1990년 9월 1일, 아일랜드 정부는 더블린 시내에서 유연탄의 판매 및 광고, 배포를 금지하는 법령을 반포했다. 1980년대에 가정용 난방과 온수공급을 위해 사용하던 액체 연료를 고체형 유연탄으로 바꾼 뒤, 대기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자 이를 막기 위해 실시한 정책이었다. 효과는 당장 눈에 보일 정도로 나타났고, 보기 드문 극적인 환경변화는 연구자들에게 대기오염 개선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더블린의 연구자들은 정책이 실시되기 전(1984~1990년)과 후(1990~1996년)의 72개월 동안의 대기오염 농도 변화와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알아보았다. 대기오염도의 지표는 정책변화와 함께 가장 극적인 농도변화를 보인 ‘매연(black smoke)’ 자료를 선택했다. 매연은 유연탄과 같은 황산화물의 연소과정에서 배출되는 부유분진의 일종이다. 사망자료는 대기오염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심혈관질환 사망자수와 호흡기질환 사망자수 자료를 사용했고, 연구방법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기타 질환(외상에 의하지 않은 전체 사망자수에서 심혈관 질환 및 호흡기 질환 사망자수를 뺀 나머지 사망자수)으로 인한 사망자수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분석결과, 유연탄 판매를 금지한 정책의 실시 후 72개월 동안 매연농도는 그 전 72개월에 비해 평균 35.6 mg/m3이 감소하고, 더불어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10.3%, 호흡기질환 사망률은 15.5%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오염과 관련이 없는 기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오히려 1.7%가 증가했다. 연구설계의 타당성을 높여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를 더블린의 인구를 고려하여 사망자수로 계산하면 정책 실시 후 더블린에서 매년 243명의 심혈관 질환 사망자와 116명의 호흡기 질환 사망자가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번 결과는 대기오염 외에 사망이 일어나는 데 관여할 수 있는 온도와 습도의 기상요인 및 기타 사회경제적 요인들의 영향을 보정한 후 얻어진 결과다. 더블린 사례는 올바른 대기오염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국가정책이 국민의 생명을 단축시킬 수도, 연장시킬 수도 있다. 대기오염 피해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체 국민에 미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대기오염은 사망과 같은 중대한 피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각종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켜 국민에게 신체적 고통과 막대한 질병비용을 부담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된다. 지금 미국의 환경부에서는 그간의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디젤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매연(Diesel exhaust)을 인간에게서 암, 특히 폐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규정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추가연구를 하고 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 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