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릿빛 피부가 건강과 성적 매력의 상징이 되면서 인공적으로 선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의 앤서니 영 교수는 지난 20년간 발표된 여러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인공 선탠기(sunbed)를 이용하여 피부를 그을리는 행위가 피부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밝혔다.(Pigment Cell Journal, 제17호, 2004년) 지나친 일광욕으로 피부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악성 흑색종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인공 선탠도 이에 못지 않다. 1994년 독일, 프랑스, 벨기에의 공동 연구진이 실시한 연구에서는 일년에 10시간 이상의 인공 선탠을 한 사람들이 악성 흑색종(malignant melanoma)에 걸릴 위험이 2.7배 높게 나타났고, 1998년의 연구에서는 3.5배, 그리고 10만6,379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8.1년간 추적 조사한 노르웨이와 스웨덴 연구진의 2003년 연구에서는 인공 선탠으로 인한 악성 흑색종 발생 위험이 2.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 교수는 “더욱 정교한 연구 방법이 적용된 최근의 연구들이 일관되게 인공 선탠의 피부암 유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여전히 수많은 젊은이들이 인공 선탠기로 살갗을 그을리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인공 선탠을 하게 될 경우 피부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는 선탠기에 달린 고농도의 자외선 램프 때문이다. 유럽의 몇몇 나라들은 이미 인공 선탠기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1982년 스웨덴은 선탠기에서 나오는 자외선의 농도를 규제했고, 곧 이어 노르웨이와 핀란드도 같은 조치를 내렸다. 2002년 스페인은 자외선 램프에 대한 규제뿐만 아니라 18세 이하는 인공 선탠기를 이용할 수 없다는 연령제한 규정까지 마련했다. 영국 인공 선탠기 협회는 룩셈부르크 건강 연구소가 실시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인공 선탠기 사용과 악성 흑색종 사이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지만 18세 이하 젊은이들의 인공 선탠기 사용을 규제할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