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모기향

모기만큼 끈질기게 인간을 괴롭혀온 해충이 또 있을까? 모기는 말라리아,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뇌염, 뎅기열(dengue fever)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퍼뜨린다.

모기 퇴치법은 모기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며, 가장 널리 사용되어 온 방법은 ‘모기향(mosquito coils)’이 아닐까 한다. 국화과 다년초인 ‘제충국(pyrethrins)’을 주 원료로 한 모기향은 값도 싸고 효과도 좋아 널리 쓰인다. 그런데 모기향이 모기만 잡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도 피해를 끼친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과 중국, 말레이시아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나선형 모기향 한 개를 실내에서 다 태우는 경우에 담배 75~137개비를 피웠을 때 발생하는 양의 ‘미세분진’과 51개비 분량의 ‘포름알데히드’가 발생한다. 분석에 사용된 모기향은 중국과 몇몇 열대 아시아 국가들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약간씩 차이는 있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참조: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제111호, 2003년)

모기향의 원료 제충국은 모기와 같은 냉혈동물에게는 독성이 강하지만 사람에게는 거의 피해를 주지 않는 식물 살충제다. 문제는 모기향이 꺼지지 않고 오랫동안 타도록 첨가된 보조성분들이 연소과정에서 매우 자극적이고 암까지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을 다량 배출한다는 점이다. 모기향 근처에 있는 사람은 ‘비스클로로메틸에테르(BCME)’라는 매우 강력한 폐암 유발물질에 노출되는 것과 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모기향이 탈 때 나오는 미세분진(PM2.5)은 호흡기로 인체에 침투하여 단기적으로는 천식, 장기적으로는 암 발생 위험성을 높인다.

무엇보다 염려가 되는 경우는 아이가 자는 방에 살충효과를 높이기 위해 문을 닫아 놓은 채 밤새도록 모기향을 피우는 것이다. 아이들은 동일한 오염수준에 놓였을 때 성인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입는다. 장기간 모기향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천식과 지속적 기침 현상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참조: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 제20호, 1991년).

아시아 지역에서 버젓이 팔리는 모기향이 미국에서 판매허가를 못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에서는 연간 수백만 명이 모기향을 사용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70억 개가 팔려나간다고 한다.

모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숨가쁘게 진행된 지구 온난화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모기가 살기 좋아진다. 최근 프랑스의 과학자들은 기존의 모기향에 저항력이 생긴 모기들이 출현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서 시판되는 모기 퇴치제의 성능을 비교한 자료도 나왔다. (참조: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제347호, 2002년)에 1등은 1946년 미군이 사용하기 시작하여 1957년에 대중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디트(DEET)’라는 성분이 차지했다. 미국 질병관리센터(CDC)가 유일하게 추천하는 이 성분은 인체에 매우 안전하여 미국 소아과협회도 생후 두 달이 지난 아기에게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내렸다.

여전히 모기향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도 인체 피해가 적은 모기퇴치제로 바꿔나가야 하겠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 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