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이 만성질환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무엇을 ‘더’ 먹고, 무엇을 ‘덜’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최근 한국인의 질병발생 양상이 서구의 패턴을 따라가면서 高지방, 低탄수화물 위주의 서구식 식습관에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低지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을 뿐더러 우리가 원하는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근거의 하나로 美 하버드대학이 실시한 ‘일곱 나라 연구(seven countries study)’1의 예를 들 수 있다. 이 연구는 고지방식으로 유명한 그리스의 섬 ‘크레테(Crete)’ 주민들이 비슷한 지방 섭취량을 지닌 핀란드 사람들에 비해 심장병 발생률이 10분의 1 수준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그린랜드 북서지방 역학 연구’2 에서는 에스키모인들 역시 고지방식에도 불구하고, 다른 유럽인들보다 심장병 발생율이 낮았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지방 섭취량이 아니라 지방의 종류라는 사실을 강하게 암시하는 결과이다. 그렇다면 지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크게 ‘불포화지방(unsaturated fat)’과 ‘포화지방 (saturated fat)’, 그리고, 불포화 지방에 수소를 첨가해 보존기간을 늘려 상업적 가치를 높인 ‘전이지방 (trans fat)’ 등이 있다. 흔히 전이지방을 포화지방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 가 많은데, 이는 잘못이다. 이 중에서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은 무엇인가? 실험 대상자들에게 실제로 특정 지방을 섭취 시킨 뒤 질병 발생을 관찰하는 ‘무작위 임상실험(Randomized Clinical Trial)’에서도 불포화 지방이 심장병 예방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수 차례에 걸쳐 확인되었다. 건강관련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誌가 최근에 발표한 ‘지중해식 식습관이 수명연장에 기여한다’는 그리스인 대상 연구결과도 좋은 지방 섭취의 필요성을 뒷받침했다4. 지중해 음식은 올리브유를 많이 사용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포화지방을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동안의 동물실험 및 인체실험 결과 불포화 지방이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장박동을 규칙적으로 유지시키는 데 도움을 주며, 혈전(피떡)을 녹이는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여러 차례 제시되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DHA’나 ’EPA’ 를 함유한 생선기름, 들기름, 카놀라유 등과 같은 ‘오메가3’ 지방과 옥수수유와 면실유 등의 식물성 기름으로 대변되는 ‘오메가 6’지방이 불포화 지방의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지방이 암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활발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으나, 심장질환과 달리 학자들간에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성 지방이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의 발생위험을 높인다는 심증이 굳어져 가고 있으므로, 예방차원에서 포화지방을 많이 함유한 동물성 지방 섭취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육류를 섭취할 경우에는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닭고기를 먹는 것이 낫다. 닭고기가 이들보다 포화지방이 적기 때문이다. 생선을 즐겨 먹는 습관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식물성 지방’이라는 사실에 너무 안심해서도 안된다. 같은 식물성 지방이라도 ‘전이지방’인지를 살펴야 한다. 딱딱한 고형 식물성 지방인 경우 전이지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샐러드를 먹을 때는 드레싱을 무조건 빼는 것보다, 올리브유 및 식물성유 등 불포화지방을 함유한 드레싱을 넣어 맛을 내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샐러드에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땅콩, 아몬드, 호두 등을 넣는 것은 맛을 돋구워 줄 뿐 아니라, ‘좋은 지방’을 섭취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패스트푸드, 도너츠, 과자, 그리고, 포장되어 파는 빵 등에는 전이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 이러한 것들은 비만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만성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요리할 때 딱딱한 고형 기름보다는 액체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까지 이루어진 일련의 연구들은 지방의 색깔을 선명하게 해 주고 있다. 전체 지방 섭취 중 불포화 지방의 비율을 높이고, 포화지방을 줄이며, 가장 해로운 전이지방은 특히 피해야 한다. <행동으로 옮기기> 육류에는 포화지방이 많다. 이왕이면 닭고기를 먹도록 한다. 닭고기가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포화지방이 적기 때문이다 글-이정은(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