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섭취가 식중독 예방효과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해마다 특히 여름철이 되면 각종 식중독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계절에 구애 받지 않고 일년 내내 일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더욱 많은 관심과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또한, 소득증가와 함께 외식의 기회가 늘어나고, 주변 사람의 각종 일상사에 참여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음식조리와 보관에서 위생적 관리수준이떨어지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이제 식중독은 자기 자신만 주의한다고 해서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같이 관심을 가져야만 막을 수 있는 ‘사회적 질병’의 특성을 띠어 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식중독과 관련해서 참고할 만한 연구결과가 나와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2000년 5월, 스페인의 카스텔론(Castellon)이라는 지역에서 파티가 열렸다. 초대된 손님은 약 120명이었고, 다양한 종류의 음식과 술이 제공되었다. 그러나, 파티 음식을 즐긴 많은 사람들에게서 식중독 증세가 나타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평소 ‘식중독 발병과 알코올 섭취사이의 연관성’에 관심을 두어왔던 연구자들은 이번 사건을 좋은 기회로 여기고, 파티에 참석했던 하객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식중독이라고 하면 ‘경구를 통해 섭취한 음식물로 인해 나타난 급성 위장장애 현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딱히 ‘질병’이라고 하기보다는 증후군(syndrome)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이번 연구에서는 ‘복통을 동반한 구토와 설사 증상, 37.5°C 이상의 고열 혹은 두통’이 있는 경우에 식중독에 걸린 것으로 간주했다.

120명의 손님 중 식중독 관련 상황을 묻는 인터뷰에 응해준 사람은 102명이었다. 환자들로부터 수집한 대변과 위 내용물 등의 가검물과 제공되었던 음식 분석을 통해 식중독을 일으킨 원인이 ‘살모넬라 (salmonella ohio)’ 세균이라는 것을 밝혀냈고, 제공된 음식 중에서 ‘마요네즈가 포함된 감자 샐러드’와 ‘참치 샌드위치’가 주요 원인 음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구진은 “파티 도중에 술을 마신 적이 있는 가?”, “마셨다면 어떤 종류의 술을 얼마나 마셨는가?”와 같은 술에 대한 질문과 “(나중에 식중독 균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진) 음식을 먹은 적이 있는가?”하는 질문을 했다. 그리고, 식중독 균에 감염된 음식을 먹었다고 대답한 사람 중에 알코올 섭취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51명을 최종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연구결과 51명 중 40명이 식중독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고, 연령과 성별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번 연구의 관심인 알코올 섭취와 식중독 발병률 결과에서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 중 95%, 1-40 gm의 술을 마신 사람은 78%, 40 gm 이상의 술을 마신 사람 중에서는 54%가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마신 술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았다. 섭취한 양이 많을수록 식중독 발병률이 낮아지는 양(量)-반응(反應) 관계도 나타났다.

“살모넬라 세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을 경우, 술을 같이 곁들이면 식중독 발병을 막아 줄 가능성이 있다.”라는 알코올의 식중독 예방효과를 암시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마신 술로 인해 위에서 수소이온농도(pH)가 변하고, 에탄올(술)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한 것이 식중독 발병을 막는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필자가 이번 연구의 결과를 소개한 가장 큰 동기는 ‘살모넬라’는 우리 나라에서도 자주 식중독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균으로, 이번 연구의 결과를 슬기롭게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자칫 “술만 같이 마시면 식중독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근본적인 식중독 예방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억지로 마시려 하고, 또 자신의 주량을 초과하여 과음을 시도하려는 분이 계시다면, 이는 이번 연구의 결과를 매우 잘못 해석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식중독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적인 조리원칙의 준수’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린다. (참고자료 :『Epidemiology』제13호;228-230쪽(2002년3월)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