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다스리기

‘감기’는 ‘상기도 감염’을 통칭하는 말로, 200여 가지가 넘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마다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여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도 별로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고, 전문가들은 질병의 주기로 볼 때 재앙 수준의 독감이 전 세계를 덮칠 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1) 전염경로

널리 알려진 바와 달리 감기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보다는 주로 손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감기에 걸린 사람과 악수를 한 뒤 자신의 눈이나 코를 만지면 감기에 걸리기 쉽다. 감염자가 만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물체(특히 전화기나 문고리 등과 같이 구멍이 없이 딱딱한 표면을 지닌 물체)를 만진 뒤 자신의 눈이나 코와 접촉하면 역시 감기에 걸릴 수 있다. 육아시설에 있는 아이들에게 감기가 쉽게 퍼지는 현상도 바로 이 때문이다.

(2) 감기치료를 위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미국인들은 연간 5억5천만 달러어치에 달하는 감기약을 복용하지만, 대부분 이것은 감기치료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 채 낭비되는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비타민C 나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감기 치료에 더 큰 도움이 된다.

감기 치료제로 알려져 있는 약의 대부분은 감기를 없애 주는 것(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증세를 완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감기에 특효약은 없다. 감기약에 의존하기 보다는, 아래의 사항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훨씬 낫다. 참고로 미국 의사들은 일반 감기증세에 대해서는 약 처방을 거의 하지 않는다.

• 감기치료에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는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고, 항생제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2차감염이 일어나 감기가 기관지염이나 폐렴 같은 박테리아 질환으로 발전하지 않는 한 항생제를 복용해서는 안 된다. 항생제는 감기치료에는 거의 도움을 못 주면서 항생제에 대한 내성만 키운다. 한국인들이 각종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지금처럼 증가한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사소한 감기 증세에 항생제를 복용하는 왜곡된 의료문화가 커다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 금연한다

이를 지키기 힘들다면 흡연량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흡연으로 감기가 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다.

• 물이나 음료를 충분히 섭취한다. 

따뜻한 물은 목을 편안하게 하고, 코막힘 증세를 줄여주며, 가래해소에 도움을 준다. 카페인과 알코올은 몸에서 수분을 빼앗아 가므로 감기증세가 더 오래가도록 만든다.

• 목안이 부었을 때는 소금물로 입안을 수시로 헹군다.

•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  통증완화와 해열을 위해서는 아스피린을 복용한다.

(3) 감기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들

• 손을 자주 씻고 얼굴에 손을 대지 않는다.

특히 육아시설이나 학교 등 집단 시설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철칙 사항이다.

• 손수건보다는 일회용 휴지를 사용하라.

감기 바이러스는 손수건에서 수 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다.

• 균형 있는 식생활을 유지한다.

• 감염자와 장시간 동안 접촉하는 것을 피한다.

• 스트레스를 줄인다.

• 방안 습도를 높인다.

(4) 병원에 꼭 가야 하는 경우

감기는 종종 다른 질병과 증세가 비슷하여 혼동되는 경향이 있다. 2차 감염이 일어나면 박테리아 질환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만약 감기증세가 일주일에서 열흘 이상 지속될 때, 또는 아래와 같은 증상이 있을 때는 즉시 병원에 가야한다

• 피가 섞인 가래나 침이 나올 때

• 눈가에 통증(압통)이 느껴질 때

• 목주변의 선(腺)이 통증과 함께 부어 올랐을 때

• 호흡이 곤란하고, 천명증세가 있을 때

• 격심한 두통이 있을 때

• 이틀 넘게 섭씨38도 이상의 열이 계속될 때

• 평소와 다른 피로감을 느낄 때

• 목 구멍 안쪽에 흰색 반점이 생길 때

(참고자료 : American College Health Association, 『Managing the Common Cold』)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