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문제를 잘 풀려면 책을 많이 읽어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2005년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초··고교생들이 수학, 과학, 읽기 등에서 골고루 최상위권의 성적을 거두었다. 우리 국민이 학업에 쏟아 붓는 관심과 열정을 염두에 둔다면 당연한 결과다. 특히 수학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우리나라 수학이 어렵고 불필요한 것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논의도 있으나 여전히 중요한 교과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수학 학습법이 학생들을 현혹하고 있으나 수학 실력을 키우는 것보다는 답을 많이 맞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점수 내기 위한 학습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수학 실력을 향상시켜 주는 효과적인 수학 학습법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독서’다. 이과와 문과로 교과 과정이 나뉘는 현재 교육 환경에서 수학과 언어 독해력은 방향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학을 못하는 원인을 낮은 독해력에서 찾았다.

수학 문제를 눈으로 읽어 뇌에서 처리하는 과정은 글을 읽고 뇌에서 이해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뇌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뇌는 좌반구와 우반구로 나뉘고 둘은 뇌량으로 연결되어 있다. 좌반구는 주로 언어나 분석, 일의 계획 등을 맡고 우반구는 직관, 감정, 창의력, 공간력, 정서 등을 맡고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좌반구가 신체의 왼쪽을, 우반구가 신체의 오른쪽을 맡고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쪽을 조종한다. 오른쪽 눈을 통해 들어온 글은 왼쪽 뇌(좌반구)로, 왼쪽 눈을 통해 들어온 글은 오른쪽 뇌(우반구)로 들어간다. 이때 활자는 시각 정보로 뇌에 들어오지만, 그 후에는 소리로 바뀌어 인식되고, 머릿속에 이미 존재해 있던 의미들과 연관되어 이해하기까지 약 다섯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이 수학 문제를 눈으로 읽고 뇌로 보내어 관련 공식이나 해결책을 떠올리는 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그래서 수학과 독해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 후반부터 주된 관심사가 되었다.

그렇다면 수학 실력이 같을 경우,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언어에 강하다는 여성들이 언어 관련 문제를 푸는 능력도 더 뛰어날까? 그리스 테살리(Thessaly) 대학교의 앤드리오(Andreou)와 카라페사스(Karapetsas) 교수가 2002년 진행한 연구에서는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두 교수는 15-18세의 청소년 60명(남녀 각각 30명)을 학교 수학 성적과 자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수학 능력이 뛰어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었다.

이들에게 그림이나 글을 아주 짧은 순간 화면에 보여 주는 타키스토스코프(tachistoscope)라는 도구로 한 단어를 약 200msec(millisecond: 1,000분의 1초) 동안 보여 주었다. 그 후 ‘보기에 주어진 단어와 연이어 나온 단어의 각운(脚韻)이 일치하는가’와, ‘두 단어의 쌍이 의미상 연관이 있는가’라는 문제를 냈다. 청소년들은 1초 간격으로 200msec 동안 보며 ‘사람-보람’과 같이 각운이 맞는 경우나, ‘어머니-아버지’와 같이 의미상 연관이 있는 경우는 1번 자판, 그렇지 않은 경우는 2번 자판을 누르는 식으로 답을 입력했다. 이들은 모두 정상 시력에 오른손잡이였기 때문에, 57cm 떨어진 턱 받침대에 머리를 고정한 채 오른손 검지로 정답을 입력하였다.

수학 실력이 같은 여자와 남자 중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맞혔을까? 연구진이 입력된 답을 분석해 보니 성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수학 성적의 차이는 언어 문제를 푸는 속도와 정확성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학을 잘하는 그룹이 언어와 관련된 두 종류의 문제(‘각운 찾기’ 와 ‘의미 연관 찾기’) 모두에서 뛰어났다. 수학 실력이 우수한 아이들은 두 종류의 문제를 푸는 속도가 평균 1msec로 수학 실력이 낮은 청소년들의 평균 속도인 1.36msec보다 빨랐으며, 오답 개수 역시 문제 10개 당 평균 2.51개로 3.23개의 수학 능력이 낮은 청소년들보다 적었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은 의미 연관 찾기 문제보다 각운 찾기 문제가 더 쉬웠던 것 같다. 각운 찾기는 문제 10개 당 평균 2.51개를 틀린 반면, 의미 연관 찾기 문제는 평균 3.54개를 틀렸다. 왼쪽 눈을 가리고 오른쪽으로만 보았을 때(즉, 좌뇌를 사용할 때)는 10문항 당 평균 2.51개를 틀리고 왼쪽으로만 보았을 때는 평균 3.23개를 틀렸다. 이 결과는 언어에 관한 한 좌반구의 역할이 더 크다는 설명과 일치한다. 반면 의미 연관 찾기 문제에서는 단어를 왼쪽 눈으로 보았을 때, 즉 우반구를 쓴 경우에 정확도가 더 높았다. 이렇듯 언어와 수학 학습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다. 정답 수 늘리기를 최고의 공부 방법으로 생각하는 우리 교육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드러내는 결과이기도 하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과목이라도 학습의 기반과 본질은 같으며 고루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진정한 실력이 된다.

*참고문헌
“Accuracy and Speed of Processing Verbal Stimuli Among Subjects With Low and High Ability in Mathematics,” Educational Psychology, Vol. 22, No. 5, 2002

글-김미영(컬럼비아 대학 임상 및 상담심리학과 교육심리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