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따라 소음에 영향 받는 정도 다르다

집중하라! 능률을 높이는 데 집중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집중하기가 어디 쉬운가? 온도, 습도, 조도, 소음 등이 자신에게 이상적으로 맞춰진 환경을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실내온도 18~20℃, 습도 40~70%, 조도 300룩스, 소음도 50dB 이하의 최적 조건을 자랑하는 곳이라 하더라도 막상 사람마다 쾌적하게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결국 여럿이 모인 공간에서는 서로 조금씩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무조건 조용해야 공부가 잘 된다는 통념도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친구나 동료들을 봐도 차분한 성격이냐 활달한 성격이냐에 따라 소음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다. 대개 성격이 차분한 사람들은 조용할 때 실력을 발휘하지만 활달한 사람들 중에는 너무 조용하면 불안해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맥쿼리 대학 인지과학연구소에서 내놓은 결과도 같은 맥락이다. 평균 나이가 19세인 대학생과 일반인 56명을 대상으로 성격과 소음, 그리고 지적 능력이 발휘되는 정도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살펴본 실험이었다.(Personality and information processing speed: Independent influences on intelligent performance, Intelligence 32 , 2004, 33-46)

연구진은 먼저 성격유형검사를 해서 참가자들의 성격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알아봤다. 성격 구분은 독일의 심리학자 아이젠크(Eysenck)의 분류기준을 따랐다. 이 기준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소통을 즐기고, 천성적으로 즐겁고 자극적인 일을 추구하며, 활기차고, 개방적이며, 사회적인 사람’은 외형적인 사람으로, ‘조용하고, 과묵하며, 일반적으로 비사교적’인 사람은 내향적인 사람으로 나뉜다.

그런 뒤 ‘무소음, 중간 소음(40dB), 고소음(70dB)’의 3단계로 조절한 소리를 지속적으로 들려주면서 지능측정 문제를 풀게 했다. 40dB이면 집 안에서 들리는 평균 생활소음 정도이고 70dB은 일상적인 대화보다 약간 큰 소리나 보통 진공청소기 소리를 떠올리면 된다.

결과는 이렇게 나왔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소음이 없는 상태에서 더 높은 점수가 나왔지만, 외향적인 사람들은 가장 소음이 큰 상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성격과 시험장소의 환경에 따라 지능 검사점수가 달라진다는 이 실험결과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험을 치르고, 그 시험이 얼마나 인생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가. 숨소리조차 부담스러운 시험장의 정적은 긴장감과 중압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적당한 소음이 오히려 집중력을 높이고 활력이 되는 외향적인 사람은 이런 환경에서 제 실력을 펼치기가 더 어려워진다. 영어점수나 IQ만으로 실무능력을 평가할 수 없고, 필기시험 점수만으로 학업성취도를 가늠할 수 없는 까닭이다.

소음은 특정 주파수와 크기 같은 객관적인 지표로 규정되지 않는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라는 느슨한 정의가 설득력이 있는 까닭은 이미 앞에서 확인했다. 물론 개인차, 성격차는 어느 정도까지다. 110dB의 전기톱, 150dB의 카스테레오 소리에 귀를 막지 않을 사람은 없다. 소음은 난청과 소화불량, 스트레스의 원인이며, 90dB이 넘어가는 시끄러운 소리는 작업능률을 낮추고 주의력과 기억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소음은 어디에나 있고, 사람마다 의식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으니 ‘무조건 정숙!’을 종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내가 어떤 소리환경에서 능률이 오르고 두뇌 회전에 가속이 붙는지 가늠해보면 좀 더 쉽게 소음과 공존할 비법을 터득할지도 모른다.

글-김미영(컬럼비아 대학 임상 및 상담심리학과 교육심리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