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을 앓는 어린이들이 늘면서 천식 유발 물질 중 하나로 곰팡이가 지목 받고 있다. 곰팡이는 호흡기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졌다. 특히 소아와 어린이는 곰팡이 피해를 받기 쉬운 민감한 대상이어서 곰팡이에 대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 미국 예일대학의 보건학자들은 곰팡이와 천식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실시했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880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출생 후 4개월 이전에 그들의 집에서 채취한 공기 중 곰팡이 농도와 아기가 각각 6, 9, 12개월 되었을 때 천식 증상 발생률을 조사했다. 연구 대상이 된 아기들은 천식 진단을 받은 형제를 한 명 이상 둔 집에서 태어난 아기들로, 태어날 때부터 천식 발생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렇게 민감한 집단을 연구 대상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그래야 통계적 분석이 가능할 만큼 질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1년 중 연속적인 기침과 천명(쌕쌕거림) 증세가 나타난 날이 30일 이상일 때 천식 증상으로 간주했다. 천식 증세의 발병 요인으로 지목하여 측정한 곰팡이는 ‘페니실리움(Penicillium)’, ‘클라도스포리움(Cladosporium)’과 기타 곰팡이류였다. 그밖에 아기의 성별과 인종, 엄마의 천식 및 알레르기 병력(病歷)과 교육 수준, 동거하는 가구 수, 난방 시스템, 집 안 누수 여부, 가습기 및 제습기 사용 여부, 흡연자 유무 등 천식 발생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들을 고려하여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엄마가 천식을 앓았던 경험이 있을 때 아기의 천식 발생률도 높아졌다. 천식 발생에 유전적 요인이 관여한다는 증거다. 여아보다는 남아의 발생률이 높고 가습기를 사용하는 집에서 자란 아기가 천식 발생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가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긴 하지만, 습도가 너무 높아지면 곰팡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여 오히려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가습기를 사용할 때는 적당한 습도(50~60%)를 유지해야 한다. 그 외에도 엄마의 교육 수준과 한 집에 동거하는 가구 수와 같은 사회경제적인 요인도 천식 증세의 발생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곰팡이 중에서는 ‘페니실리움’ 곰팡이만 아기의 천식 증세에 영향을 주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집 안에 페니실리움 곰팡이 농도가 높아질수록 기침과 천명 증세가 각각 21%, 23%씩 높아졌다. 앞에서 언급한 모든 환경 요인이 동일한 경우에 페니실리움 곰팡이 농도가 한 단위(CFU/m3) 높아질수록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1년 동안에 천식 증세를 보인 날이 20% 정도 증가했다. 기존 연구에서 천식으로 병원에 간 적이 있는 아기들의 집을 조사해 보니 집 안에서 심각한 수준의 곰팡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도 이번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 물론 인간에 무해한 곰팡이도 있고 곰팡이가 배출한 독소로 만든 항생제는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곰팡이들은 암, 사산(死産), 어린이의 출혈 등을 유발하는 물질로 사람에게 해롭다. 천식 증세 외에도 피로감과 메스꺼움, 구토, 발진 등이 생기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에 ‘스타치보트리’라는 곰팡이가 유발한 폐출혈로 45명의 어린이 중 16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곰팡이는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생기고 서서히 피해를 주기 때문에 곰팡이가 질병 발생에 어떤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밝히기란 몹시 힘들다. 그래서 무엇보다 곰팡이 피해를 막기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곰팡이가 주로 나무, 섬유, 종이 등이 오랫동안 젖어 있을 때 발생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곰팡이 발생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덧붙여 미국 환경부가 곰팡이의 발생을 막기 위해 제안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 미국 환경부가 제안한 곰팡이 예방법 미국에는 어린이 천식 환자가 많아서 이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기고 곰팡이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인식이 높다. 집을 사고 팔 때 집 안에 곰팡이가 있는지 필수적으로 살피고 곰팡이가 있는 집은 매매가 불가능하거나 보험료가 올라가기도 한다. 곰팡이 때문에 생긴 질병으로 건물주와 세입자가 소송에 휘말리기도 한다. 전문적으로 곰팡이를 제거하는 회사도 성업 중이다. 우리도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고, 특히 여름철에 고온다습하기 때문에 그만큼 곰팡이 피해를 입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곰팡이를 질병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그저 자연현상으로 가볍게 본다. 곰팡이는 잘 낫지도 않는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곰팡이가 자라기 나쁜 환경이 아기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