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공간이 어린이 학습능력 높인다

도시 녹지공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녹지공간은 우리 몸과 마음의 휴식처가 될 뿐만 아니라,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고 소음을 줄여주며 달아오른 도시의 온도를 내려 주는 역할을 한다.
일부 학자들은 척박한 도시에 나무와 풀을 심는 행위가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주장한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환경심리학자들이 제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녹지공간은 어린이의 학습능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2003년 제111호)

연구진은 시카고 지역에 사는 7~12세 흑인 어린이 169명을 대상으로 집중력, 충동 관리능력, 욕망을 참는 능력을 측정했다. 이런 항목이 선정된 이유는 이것이 훗날 인생의 성공을 예측하는 데 필수적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녹지공간을 볼 수 있다고 응답한 어린이들은 그렇지 않은 어린이들에 비해 세 측정항목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결과가 오직 여자아이들에게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성별 차이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대개 남자 어린이가 여자 어린이보다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적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시간 대학의 캐플런 교수팀이 1990년대에 수행한 연구에서는, 성인의 경우 자연과 접할 기회가 많은 사람일수록 질병으로 결근하는 날이 적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며, 집중력과 원고 교정능력이 우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암 수술을 받은 환자도 자연과 가깝게 지낼수록 회복속도가 빨랐다고 한다.

일본 도쿄 대학 의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도 맥을 같이한다. 집 주변에 산책할 수 있는 녹지 공간이 있는 곳에 사는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수명이 더 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주거지 주변에 녹지공간이 있으면, 밖으로 나와 운동이나 기타 여러 활동을 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므로 노인들의 신체기능 유지와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되고, 대기오염 개선효과도 있으므로 궁극적으로 생명연장이라는 결과를 낳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나무를 심는 것만큼 오랫동안 저렴하게 갖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일도 드물다. 위에 소개된 연구결과에 고무된 시카고 시장은 곧바로 시내에 나무 30만 그루를 심게 했다고 한다. 어린이에게 더 많은 녹지 공간을 만들어 주는 일이야 말로 그들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훌륭한 대안이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