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사들이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출되는 곡류 등의 물질에 의해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International Archives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ealth』제75호; s117-s121쪽, 2002년) ‘알레르기’란 항원에 대항하여 체내에서 항체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급격한 신체적 변화 현상을 말하며, 특히 ‘병적인 상태’를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된다. 알레르기 유발물질(이하 ‘알레르겐’)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알레르겐에 노출되면 기침, 콧물, 재채기 같은 가벼운 증상에서부터 두통, 발열, 호흡곤란까지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하면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흔히 발생하는 알레르기성 질환으로는 기관지 천식, 건초열(hay fever), 비후성 비염, 알레르기성 기관지염 등이 있다. 폴란드의 ‘노퍼 직업병 연구소(The Nofer Institute of Occupational Medicine)’ 연구진은 미래에 제빵업에 종사할 견습생 357명(남자 269명, 여자 88명)을 대상으로, 실습 전후의 알레르기 증상 발현율을 비교하여, 빵을 만드는 일이 알레르기 증세를 일으키는 위험요인이 되는지를 알아봤다. 제빵교육을 받기 시작할 당시에 견습생의 평균 연령은 16.2세였고, 알레르기 질환 관련 의약품을 복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연구진은 이들이 실습을 시작할 무렵과 1년 간의 실습기간이 끝난 후에 각각 알레르기성 증세에 대한 설문조사와 신체검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서는 알레르기 및 호흡기질환 병력(病歷), 아토피질환의 가족력, 흡연 여부, 가내 애완동물 사육 여부, 주거상태(새집인지 오래된 집인지), 주거지역(도시인지 농촌인지) 등을 물었고, 신체검사에서는 일상생활 및 직업성 알레르겐에 대한 반응여부를 조사했다. 한 가지 이상의 알레르기 증세가 나타난 사람의 비율은 실습 전 10.9%에서 실습 후 16.9%로 증가했다. 일상생활 속의 알레르겐(꽃가루,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 집먼지 등)과 직업성 알레르겐(귀리가루, 밀가루, 호밀가루, 보리가루, 옥수수가루, 탈곡분진, 빵분진 등)에 대해 각각 또는 모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사람의 비율도 증가했다. 이번 연구의 최대 관심사는 실습 전에는 직업성 알레르겐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던 사람(318명) 중에서 실습 후에 새롭게 증상이 나타난 ‘직업성 알레르겐 민감자’의 비율인데, 32명이 이에 속했다. 흥미로운 점은 제빵실습을 받기 전에 이미 일상생활의 알레르겐에 대해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직업성 알레르겐 민감자’가 될 가능성이 4.4배나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일상생활 속의 알레르겐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은 제빵업이란 일과 직접 관련된 알레르기 민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건강관리 차원에서 제빵업에 종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제과제빵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직업병을 연구한 기존의 결과를 살펴보면, ‘곡류로 스낵을 만드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생산하는 제품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치과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는 내용이 보고된 적이 있다. 제빵업 종사자가 밀가루 때문에 걸리는 일명 ‘제빵공 천식’은 직업성 천식 중에서도 가장 흔하다. 이밖에도 제빵업 종사자는 밀가루에 존재하는 기생충에 의한 가려움증, 곰팡이에 의한 피부진균증, 진드기에 의한 알레르기, 아플라톡신에 의한 기관지염 등 각종 직업성 위험 요소에 노출되어 있다. 제빵업에 종사하려는 사람들은 이 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유해요인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미리 알레르기 반응 테스트를 받아서 각종 알레르기성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