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비행기 여승무원의 직업병?

비행기 여승무원이 일반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과거에도 비슷한 결과가 여러 번 보고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직업과 유방암 사이의 연관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연구진은 여승무원 1,500명을 대상으로 유방암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5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 5년 미만 근무한 사람보다 발생률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일한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제60호, 2003년 11월).

연구진은 “지금까지의 모든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항공기 여승무원의 유방암 발생 위험은 일반 여성에 비해 약 50% 정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출산 경험이 없는 승무원일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의 비행사에는 기혼여성 승무원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런 분석이 가능하다. 한편, 일반 인구에서도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일수록 유방암 발생률이 더 높다. 야간 근무가 많은 여자 간호사들도 유방암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여승무원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큰 이유가 높은 고도에서 일을 하기 때문인지, 비행 중에 전리방사선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선지, 아니면 불규칙한 업무 스케줄로 인해 수면 등의 생활리듬이 깨지면서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선지 현재는 단언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연구진들은 비행기를 자주 타는 일반 여성들도 유방암 발생률이 높은지 조사하기 위한 연구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예방 차원에서 항공사 여승무원들은 유방암 발생 가능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유방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안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과도한 음주를 피해야 한다. 여성에게 알맞은 음주량은 하루 맥주 1캔, 소주 1-2잔, 와인 1잔 이내다. 피임약도 유방암 발생률을 높이는 요소다. 유방암 세포의 성장은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깊은데, 대부분의 피임약이 호르몬제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붉은색 육류의 섭취를 줄이고 야채, 과일 섭취를 늘리는 것, 적절한 운동 등도 발생률을 낮춘다.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간 승무원 생활을 하다 그만둔 뒤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연령대에 접어들 시기에는 반드시 검진이 필요하며, 특히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정기검진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