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식능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원인 중에는 비만도 포함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생식의학학회에서 미국의 과학자들은 남성의 비만도와 정자 질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질병을 예측할 때는 일반적인 체중보다 더 정확한 지표로 신체질량지수(BMI)를 쓰고 있다. BMI란 자신의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이 수치가 30 이상이면 ‘비만’, 25~29.9 사이에 있으면 ‘과체중’이라고 부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유하는 적정 수치는 성별에 관계없이 20~22이다. 남성의 체중이 이 수치를 초과하면 정자 질이 떨어질 수 있고, 더 심각한 비만 상태에 이르면 불임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불임 부부를 위한 시험관아기 클리닉을 운영하는 연구진들은 내원한 남성 5백 명의 정액을 분석했다. 그들의 BMI와 정자의 양과 질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다. 연구진은 뚱뚱한 남성일수록 정자 수가 수정란을 만드는데 필요한 최소량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비록 수정에 성공했다 할지라도 정자 질이 안 좋은 상태였기 때문에 유산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현상은 비만한 남성뿐만 아니라 과체중 상태에 있는 남성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자의 질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영국 셰필드 대학의 해리 무어 교수는 “지금까지의 증거를 종합해 볼 때 유전 등 선천적 요인과 환경 오염과 같은 후천적 요인 모두 정자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더 많은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비만 남성의 수와 불임 남성이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근래 들어 정자의 운동성과 정자 수가 양호한 남성들의 불임이 증가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이런 남성 불임의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남성의 비만은 건강과 외모 문제만이 아니라 ‘2세 창조’에도 걸림돌이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