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계획 중이라면 엽산부터 챙기세요

임신부의 영양 섭취가 태아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임신부가 임신 기간 중에 ‘엽산(folic acid)’을 복용하면 치명적인 ‘소아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참조: Clinical Pharmacology & Therapeutics, 2003년 9월호] 엽산은 우리 몸에서 DNA의 합성과 아미노산 대사과정에서 필수적 역할을 하는 비타민이다.

캐나다 정부는 1997년부터 엽산 성분을 강화한 밀가루를 판매하도록 법으로 규정해서 캐나다 국민들은 하루에 0.1~0.2mg의 엽산을 추가로 섭취하고 있다. 엽산이 임신기간 중 태아에게 발생할 수 있는 ‘신경관 손상증(neural tube defects)’과 성인의 대장암, 심장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정부도 1998년부터 밀가루와 곡류, 아침식사로 즐겨 먹는 시리얼에 엽산 성분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임신부의 경우에는 이미 1992년부터 엽산 섭취를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해 왔다. 의사는 임신부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는 축하의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엽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캐나다 토론토의 ‘어린이 환자를 위한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최근 몇 년간 가장 흔한 소아 종양 중의 하나인 ‘신경모 세포종(neuroblastoma)’에 걸리는 어린이 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했다. 정부의 엽산 권장정책이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실시한 결과, 실제로 캐나다에서 태어나는 신생아의 신경모 세포종 발생건수가 정책 실시 전보다 6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중 엽산이 함유된 비타민을 복용하면 신경관 손상증의 가장 흔한 형태인 ‘척추뼈 갈림증(spina bifida)’과 ‘구순열(일명 언청이)’을 가진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도 현저히 줄어든다. ‘소아 백혈병’과 ‘소아 뇌종양’ 발병률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그렇다면 엽산은 어떻게 얼마나 먹어야 할까? 엽산은 보통 우리가 먹는 음식에 들어 있다. 시금치와 같은 짙은 녹색야채, 오렌지주스, 콩, 호박, 아스파라거스, 우유 등에 풍부하다. 다만 열에 매우 약해서 조리 중에 쉽게 파괴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야채를 많이 먹기는 하지만 대부분 익혀 먹어서 실제 엽산 섭취량은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는 임신부의 엽산 일일 섭취 권장량을 0.4mg으로 정해 놓았다. 한국의 권장량은 성인 0.25mg, 임신부는 0.5mg이다. 오렌지주스 한 컵(180cc)에는 대략 0.08~0.09mg의 엽산이 들어 있다. 엽산이 강화된 시리얼은 한 컵에 0.2~0.4mg이 있다. 만약 음식으로 하루 권장량만큼 엽산을 섭취하지 못한다면 엽산이 포함된 비타민을 먹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다.

엽산을 먹는 시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척추뼈 갈림증 같은 기형은 임신 초기에 생길 가능성이 높지만, 초기에는 미처 임신한 사실을 모를 수 있으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엽산이 부족한 상태로 태아의 뇌나 신경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임신할 예정이라면 미리 엽산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충고한다. 그렇지 못했다면 임신 사실을 안 직후에라도 바로 엽산 섭취를 시작하고, 적어도 초기 석 달 동안은 엽산을 챙겨 먹어야 한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