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계절을 바꾸어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엄동설한에도 난방이 잘된 실내에서는 반소매 옷을 입고 지내는 일이 흔하고, 가습기의 등장으로 겨울에도 여름 못지않게 넉넉한 습기 속에 살아간다. 예전 같지 않은 겨울철 생활환경 때문에 알레르기의 계절로 인식되지 않던 겨울이 차츰 알레르기의 계절로 변하고 있다. 꽃가루와 풀이 봄과 여름의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물질)이었다면,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환기에 둔감해지는 겨울에는 ‘집안의 먼지’가 가장 중요한 알레르겐으로 작용한다. 집먼지의 성분은 생활환경에 따라 집집마다 큰 차이가 나지만, 어느 집에서나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바로 ‘집먼지진드기(house dust mite, HDM)’다. HDM이 주로 발견되는 곳은 카펫, 소파, 베개, 침대 등이다. 그 중에서도 베개와 침대가 HDM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이것이 비듬과 같은 인간의 ‘피부 폐기물’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HDM은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전파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들에게 큰 문젯거리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귀찮은 존재다. 마침표보다도 훨씬 작은 HDM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침입한 뒤, 계속 기침을 하거나 색색거리며 숨을 쉬게 만드는 천식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인의 경우 천식 환자의 절반이 HDM에 대해서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침구 깊숙이 보금자리를 튼 HDM은 일상적인 청소로는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게다가 가정에서 쓰는 일반 살충제로 박멸되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까지 지녔다. 그렇다면 HDM을 줄일 방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은 두 가지다. 침구류를 일주일에 한 번씩 최소 60℃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하고, 베개와 침대 매트리스 커버로 HDM이 들러붙어 살 수 없는 ‘폴리우레탄’ 커버를 사용하는 것이다. 각종 연구 결과도 이들의 조언을 뒷받침하고 있다. 천식을 앓고 있는 어린이의 침구를 자주 세탁하고, 적정 실내 습도를 유지한 결과 천식 증세가 사라졌다는 보고가 있다. 폴리우레탄 재질의 커버를 사용한 사람들도 더 이상 집먼지진드기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침실에는 카펫이나 러그를 깔지 말고, 침대를 하나 이상 두지 않으며, 털 달린 애완동물이 출입하지 않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침실에는 가구의 수를 최소로 하고 특히 천으로 덧씌운 가구는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어린이가 HDM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 솜이 채워진 인형이나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도록 해야 한다. HDM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의심되는 사람은 알레르기 전문병원을 방문하여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