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과 건강하게 공존하려면

점점 정서가 메말라 가는 현대인에게 애완동물은 소중한 친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에게 미치는 교육적 효과는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다. 애완동물을 기르면서 어린이들은 책임감과 관대함을 배우고,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도 깨닫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애완동물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질병을 퍼뜨리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며, 각종 병원체를 지니고 살아간다. 디스템퍼(distemper), 개 파보바이러스감염증(canine parvovirus), 심장사상충(heartworms) 등 동물만 걸리는 병도 있지만 사람에게도 옮는 ‘인수공통전염병(zoonoses)’도 있다. 요즘에는 조류, 파충류, 설치류도 애완동물의 대열에 끼었지만 아직까지 대표선수는 개와 고양이이고, 그만큼 비난의 화살도 둘에게 집중된다.

개는 우리에게 익숙한 ‘광견병(rabies)’을 비롯 ‘개조충’, ‘백선(버짐)’, ‘개회충’을 퍼뜨린다. 개회충은 인체에 침입한 뒤 간이나 폐와 같은 다른 장기에까지 파고들어 ‘톡소카라증’을 유발하여 혼수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기생충이 있는 개의 배설물을 만졌을 때만 개회충에 감염된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단지 기생충이 있는 개의 털을 쓰다듬는 행위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개똥의 기생충이 털로 옮겨갈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고양이도 막상막하다. ‘발토넬라’ 세균을 지닌 고양이에게 상처를 입으면 ‘고양이 할큄병(cat scratch disease)’에 걸려, 할퀸 부위가 부어 오르고 열이 나며 두통과 피로감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고양이는 개와 함께 ‘캄필로박터’ 감염증을 유발하는 세균의 전도사다. 애완동물의 천국 미국에서는 설사, 복통, 고열 등의 증세를 보이는 이 병이 매년 2백만 건 이상 발생한다고 한다.

새도 질병 전파에 한몫 한다. 새의 배설물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오면 ‘크립토코쿠스’라는 곰팡이병을 일으키고, 이것은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다. 크립토코쿠스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비둘기다. 2003년 초, 벨기에 정부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네덜란드의 닭, 오리 등의 가금류를 초토화시킨 후 자국의 새 수천 마리마저 감염시키자 이를 동일범 비둘기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대중 스포츠인 비둘기 경주를 금지했다.

도마뱀, 거북이 같은 파충류는 안전할까? 파충류의 배설물에는 식중독균으로 알려진 ‘살모넬라’ 균이 있다. 살모넬라증의 전형적인 증세는 복통, 설사, 구토, 고열인데, 파충류의 배설물은 물론 가죽이나 우리를 만져도 이 균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

이 밖에 ‘햄스터’의 배설물에는 감기 증세와 비슷한 ‘림프구맥락수막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있다. 수족관의 오염된 물은 피부질환을 일으키는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천연두의 사촌쯤 되는 ‘원숭이 천연두(monkeypox)’가 처음으로 미국에서 집단 발병한 배경에는 사람들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프레리 도그’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기르던 동물을 모두 집 밖으로 내몰아야 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몇 가지 간단한 수칙만 지키면 애완동물이 옮기는 질병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우선 애완동물과 먹이, 우리 등을 만진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사육장을 청소할 때는 장갑과 마스크를 껴야 한다.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애완동물과 입을 맞추지는 말자. 특히 어린이들에게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애완용 파충류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어린이의 애완동물 목록에서 파충류는 제외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한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 어린이는 수족관 방문 회수를 줄여야 하며, HIV 감염자나 암과 같은 질병에 걸려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은 애완동물을 멀리해야 한다. 동물을 키우며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려면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생활습관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 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