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은 천식을 비롯한 각종 호흡기질환과 심장질환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번에는 대기오염이 뇌졸중(일명 중풍) 발생위험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Stroke 제34호, 2003년)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혈전(피떡) 등에 의해 막히거나 터져서 일어나는 뇌 손상으로, 신체기능의 마비현상이 일어난다. 대만의 카오슝 의과대학 연구진은 대만 제2의 도시인 카오슝 지역에서 지난 4년 동안 23,179명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중풍 발생이 대기오염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봤다. 연구결과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중풍 환자수가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기오염 수준이 같아도 섭씨 20도 이상의 더운 날에는 더 많은 중풍환자가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중풍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대기오염 물질은 ‘미세분진(PM10)’과 ‘질소산화물(NO2)’로 드러났다. 질소산화물은 ‘오존’이라는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일등공신이다. 오존이 질소산화물과 태양빛이 반응해 만들어지는 2차 오염물질이기 때문이다. 오존은 낮은 농도에서는 살균작용과 같은 유익한 작용을 하지만 농도가 높아지면 오염물질로 돌변한다. 미세분진은 크기가 매우 작아 폐 깊숙이 침투하여 직접 질병을 일으키거나 발암물질을 포함한 다른 유해한 화학물질을 폐로 운반하는 배달부 역할을 한다. 질소산화물과 미세분진의 공통점은 자동차 배기가스에 주로 나온다는 점과 디젤 자동차가 가솔린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양을 배출한다는 점 등이 있다. 대기오염은 어떻게 중풍 발생위험을 높일까? 이 질문에 대해 연구진은 “호흡기를 통해 침입한 대기오염 물질이 폐에서 염증을 일으키면 이로 인해 혈액의 응고현상이 일어나 혈액 순환을 방해할 수 있는데, 중풍의 발생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 놓았다. 더운 날 중풍환자가 더 많았던 까닭은, 창문을 열어두어 바깥의 대기오염 물질이 고스란히 실내로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차량 이용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와 오존 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실내에 머무는 편이 안전하다. 또한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서는 더울 땐 창문을 여는 대신 냉방장치로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뇌졸중 발생을 막는 한 방법이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 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