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수영장을 찾는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간 수영장이 건강관리 측면에서 과연 우리가 그 안에서 맘껏 놀아도 좋을 만큼 안전한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전문가들은 눈병이나 피부병뿐만 아니라 더욱 심각한 건강 피해가 수영장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다. 현재 수영장 물을 소독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염소(chlorine)소독법’이다. 염소라는 화학물질을 물에 직접 주입하는 이 방법은 다른 소독법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살균효과가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염소가 물속의 유기물질과 반응하여 ‘트리할로메탄(trihalomethanes)’이라는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트리할로메탄은 일단 체내에 들어오면 쉽게 분해되지 않고 지방세포에 축적되며, DNA 변형 및 면역성 저하를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염소는 수영장 벽의 페인트나 바닥에 코팅된 화학물질과도 반응하여 새로운 화학물질을 만들어 내고, 이 과정에서 물속 염소의 농도가 낮아져 소독효과가 저하되기도 한다. 실제로 2001년 미국의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수영장을 다녀온 어린이 40명에게 집단으로 피부병이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중 37명은 항생제 치료로 1주일만에 증세가 사라졌지만 나머지는 완치까지 2주일이나 걸렸다. 역학조사 결과, 원인은 염소와 수영장 바닥의 페인트가 서로 반응을 일으켜 염소의 소독효과가 떨어지면서 ‘수도모나스 아루기노사(Pseudomonas aeruginosa)’라는 병원균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이 세균은 인간에게 피부염, 요도감염, 호흡기감염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화상을 입은 사람이나 암환자, HIV감염자처럼 면역성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특히 위험하다. 수질 기준을 만족시켰더라도 병원성 세균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또한 염소성분은 체내의 지방세포와 비타민E를 분해해서 아토피성 피부염을 악화시키고 여드름, 건선, 습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모발의 천연성분을 파괴하여 머리 결이 갈라지거나 건조해지고 탄력과 윤기가 없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염소로 소독된 수영장 물은 위장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수영 중에 어쩌다 마시게 된 염소성분이 장 속의 유익한 세균들을 없앨 수 있다. 특히 염소는 비타민B12와 비타민K를 생산하는 세균과 소화를 촉진하는 박테리아를 쉽게 분해한다. 미국의 몇몇 연구원에서는 염소와 반응하여 생성되는 물질들을 유방암, 방광암, 장암 등에 암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물질로 규정했으며, 장시간 수영장 이용을 피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1998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수영장에 놀러 갔던 13명의 어린이가 염소 투입과정 중 완전히 희석되지 않은 다량의 염소를 흡입하여 응급실로 실려가는 사건도 있었다. 아이들은 눈과 목이 따끔거리고 가슴이 답답하며 호흡이 곤란한 증세를 호소했다. 염소 가스는 호흡기장애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물질이므로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었다. 수영장뿐만 아니라 집에서 흔히 쓰는 ‘락스’류의 표백제로도 염소가스에 노출될 수 있다. 이처럼 염소는 효과적이고 손쉬운 소독제인 반면 탈도 많은 물질이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는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하고 유해물질의 흡수력이 높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염소소독보다 더욱 안전한 소독법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것이 ‘구리’와 ‘은’을 이용한 소독법이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일반인이 이용하는 수영장을 대상으로 구리와 은 이온을 첨가한 결과 소독효과가 현저히 개선되었다고 보고했다. 구리나 은과 같은 금속 이온을 염소와 같이 사용하면 현저히 적은 양의 염소만 사용해도 수질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금속 이온은 물속의 유기물질과 반응하지 않아 가스로 유출될 염려가 없고, 염소처럼 부식성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페인트나 수영장 벽의 코팅물질과도 반응하지 않는다. 염소소독법은 각종 부작용이 있지만 현재까지 비용 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전에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수영장 등에서 염소에 노출되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아마씨 기름’이나 ‘앵초 기름’ 등이 포함된 비타민제나 비타민E를 섭취하면 피부병이나 습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유산균 식품이나 우유를 섭취해두면 수영장 이용 후 염소에 의한 위장병 예방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수영장을 다녀온 뒤에 피부가 건조하거나 가렵고 붓는다면 피부과를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 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