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염소소독, 천식의 원인

욕실 바닥이나 하수구 등을 염소계 소독제(일명 ‘락스’류 제품)로 청소하다 보면 눈이 따갑거나 기침이 나는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염소는 비용이 적게 들고 살균효과가 좋아서 수영장 물을 소독하는 데도 사용된다. 그런데 이 염소소독법이 수영장을 이용하는 사람들, 특히 어린이에게 천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참조: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2003년 6월]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이용자가 배출한 소변이나 땀이 염소와 반응하여 생성된 ‘니트로젠 트리클로라이드’라는 물질이다. 벨기에의 가톨릭대학교 연구진들은 1주일에 한 번 또는 2주일에 한 번씩 수영장에 다니는 어린이 235명을 대상으로 혈액을 검사했다. 검사 결과, 폐에 이상 징후가 있는 어린이가 여러 명 있었고, 특히 수영장을 오래, 자주 다닌 어린이일수록 증세는 더욱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영장을 가장 많이 다닌 어린이의 경우 일반 성인 흡연자의 폐에서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 정도의 폐세포 손상이 관찰되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연령층은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다. 

연구진은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얻기 위해 어린이 16명과 어른 13명을 실내 수영장에서 1~2시간 동안 수영하게 한 뒤 혈액검사를 했다. 놀랍게도 어른은 1시간 후에, 어린이는 2시간 후에 각각 폐 손상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의 환경과학자 킬번 교수는 이런 부작용이 특별히 민감한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수영장의 염소로 인한 피해를 줄일 방안은 없을까? 이 연구를 이끈 알프레드 버나드 박사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1. 수증기 형태로 올라오는 염소 성분이 실내에 오래 남아 있지 않도록 실내 수영장의 환기시설을 강화해야 한다. 야외 수영장보다는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실내 수영장에서 이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2. 이용객은 물에 뛰어들기 전에 샤워를 해서 땀과 같은 자신의 신체 분비물을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

3. 수영 후에도 몸에 남은 염소 성분을 깨끗이 물로 씻어내야 한다. 피부병과 같은 질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수영장에 오랫동안 머물지 말아야 한다.

수영장에 자주 간다면 천식뿐만 아니라 위장병도 주의해야 한다. 물 속의 염소 성분이 장에 기생하는 유익한 세균들을 죽여 위장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염소는 비타민 B12 와 비타민 K를 생산하는 세균과 소화를 촉진하는 박테리아를 쉽게 분해한다. 수영하기 전에 유산균 식품이나 우유를 섭취해 두면 염소에 의한 위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
트리할로메테인도 수영장 물속의 염소와 인체 배설물과 같은 유기물질이 반응하여 생성되는 물질이다. 미국 환경부는 이 물질을 유방암, 방광암, 장암 등의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미국에서는 구리와 은을 이용하여 매우 적은 양의 염소로도 소독관리 기준을 맞추는 방법이 개발되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고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염소를 이용하지 않는 소독법을 활용 중이다.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염소를 덜 쓰는 소독법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 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