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감염, 비행기 내에서 쉽게 일어난다

사스 감염자가 비행기에 탔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옮길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제349호, 2003년 12월). 동남 아시아와 미국의 공동 연구진은 나중에 사스 감염자로 밝혀진 사람과 함께 탑승했던 승객과 승무원을 대상으로, 비행기에 탑승한지 최소 10일(사스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그들과 인터뷰를 했다.

사스가 한창 기세를 부리던 2003년 3월 15일 사스 위험지역인 홍콩에서 북경까지 3시간 동안 운행한 비행기편에는 120명이 탑승했는데, 이 중에는 사스 증세를 보이는 탑승객이 한 명 있었다. 나중에 조사해보니 나머지 승객 중에서 추가 감염자가 22명이나 나왔다. 이들은 모두 비행기 탑승 전후에 사스 감염자와 접촉한 적이 없었고, 사스 증세가 나타난 시점은 비행기에서 내린 후 평균 4일이 지나서였다.

특히 감염자와 같은 줄이나 앞쪽으로 세 줄에 탔던 승객들은 다른 곳에 앉은 승객들보다 3배 이상 많이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스 바이러스가 공기가 아닌 감염자의 침 같은 분비물과 직접 접촉해서 전파됨을 암시한다.
세 대의 조사대상 비행기 중 90분을 운행한 또 다른 비행기에서는 사스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4명 탑승하여 1명의 추가 감염자를 발생시켰고, 사스 잠복기였던 사람이 1명 탄 나머지 비행기에서는 추가 감염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인터뷰에 응한 사람이 전체 승객의 45%에 지나지 않아서 실제 감염자는 더 있으리라 추정되지만, 사스 감염자의 증세 정도에 따라 다른 사람에 대한 감염 능력에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말하고 “항공사측은 승객들에게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손 대신 휴지 등으로 입을 가리도록 하고, 만약 손을 사용했을 경우에는 다른 물건을 만지기 전에 즉시 비누나 물로 닦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기침이나 재채기를 한 후 물로 손을 씻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맨손을 1분 정도 비비는 것도 손에 묻은 바이러스의 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기억하고 실천할 만하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 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