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형 암’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전립선암에 걸리는 한국 남성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립선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토마토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붉은 색 채소와 과일의 색소성분인 ‘라이코펜(lycopene)’은 항암작용과 항산화작용을 하는 물질로, 특히 토마토에 많다. 라이코펜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전립선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기 때문에 수많은 남성들이 열심히 토마토를 먹는 추세다. 토마토를 자주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은 라이코펜 보충제를 먹기도 한다. 그런데 라이코펜 섭취 방법에 따라 항암효과도 달라진다는 실험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2003년 ‘미국 국립암연구소저널(The 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 제95(21)호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토마토를 ‘통째로 직접’ 먹는 것이 전립선암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과 오하이오주립대학의 공동 연구진은 수컷 쥐 194마리에게 인위적으로 전립선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을 투여한 뒤, 토마토 전체를 가루로 만들어 투여한 그룹(A), 토마토의 ‘라이코펜’ 성분만 추출해 먹인 그룹(B), 그리고 토마토 성분을 전혀 먹이지 않은 그룹(C)으로 나누어 암 발생률을 비교해봤다. 그랬더니 A그룹의 쥐는 C그룹에 비해 전립선암으로 죽은 비율이 26%나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B그룹과 C그룹의 사망률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라이코펜 보충제 섭취로는 전립선암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다. 전립선암 예방에 라이코펜뿐만 아니라 토마토의 다른 성분들이 라이코펜과 함께 작용하여 전립선암 발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클린턴 박사는 “환자들에게 일주일에 토마토를 대여섯 개 정도 먹으라”고 권장한다면서 “토마토를 직접 먹을 기회가 적은 사람들은 토마토 주스나 수프, 소스 등을 먹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바쁘고 번거롭다는 핑계로 음식보다는 건강보조식품에 의존해 영양분을 섭취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평소에 음식 섭취를 소홀히 하면서 보충제로 만회하려는 시도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조언이다. 물론 토마토도 마찬가지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