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는 시야를 확보하고 자기 차량의 존재를 다른 운전자에게 알릴 목적으로 미등이나 전조등을 켠 채 운전한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짙게 낀 날에도 전조등을 켜는 것이 안전하다. 그렇다면 맑은 날 낮에는 맑은 대낮에도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Accident Analysis and Prevention』제34호;197-203쪽(2002년) 미국 버지니아주 자동차보험국 소속의 찰스 파머 등은 대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는 것이 교통사고 위험을 줄여주는지를 알아봤다. 이를 위해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진 동일한 모델의 차량 중 DRLs(daytime running lights,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전조등이 켜지는 장치)가 부착되기 전의 모델과 부착된 후의 모델을 대상으로 교통사고 건수 사이에 변화가 있는 지를 살펴보았다. 연구자들은 DRLs 장치의 효과를 좀 더 분명히 가리기 위해 누구나 전조등을 켤 확률이 높은 시기인 밤과 해질 무렵에 일어난 사고는 제외하고 대낮에 일어난 교통사고만을 분석대상으로 삼았고, 사고의 유형에서는 자전거와의 충돌사고를 포함한 두 대 이상의 차량끼리의 사고(충돌, 추돌 및 측면 접촉사고 포함) 자료를 사용했다. 분석 결과, 동일한 모델의 차량이라 할 지라도 DRLs가 장착된 차량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낮에 일어난 교통사고 건수가 3.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수치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아직 우리 나라에서 팔리는 차량 중에는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전조등이 들어오는 차종이 없지만, 고위도 지역의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과 같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DRLs가 장착된 차량이 흔하고, 그렇지 않은 차량의 경우도 낮에 운전할 때 전조등을 켜도록 하는 제도를 세계에서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그 동안 이들 국가보다 낮은 위도에 위치한 지역에서도 이런 제도가 효과적일지는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DRLs가 유익한 장치라는 사실을 속속 뒷받침하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DRLs의 밝기와 각도는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 운전자가 눈이 부시지 않도록 조정된 것이어야 한다. 우리 나라의 관계당국에서도 DRLs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여 대낮의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정책으로 고려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