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남은 삶을 ‘신의 선물’이라 표현한다. 신은 선물로 남들보다 더 긴 생명까지 주었을까? 다소 엉뚱한 이 의문에 대해 연구한 사례가 있다.(British Medical Journal, 327호, 2003) 캐나다의 맥길대학 연구진은 1912년에 침몰한 타이타닉 호의 생존자 435명의 평균 수명을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미국 및 스웨덴의 일반 인구와 비교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두 그룹의 평균 수명에서 뚜렷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타이타닉 호의 생존자들이 조금 더 오래 산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었다. 우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등석과 이등석에 탔던 여자 승객들은 일반 미국인들에 비해 1.7년 더 오래 살았으나, 남성과 삼등석에 탔던 승객들은 수명이 비슷했다. 여자 승객 중 다섯 명은 100살을 넘겼고 세 명의 생존자는 지금까지도 살아 있었다. 연구진은 그 당시 일등석과 이등석에 탑승했을 정도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았던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평균 수명이 길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큰 재난이나 사고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은 사고 후에 우울증, 불안, 죄책감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것이 그들의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타이타닉 호의 생존자들에게는 이런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