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애완동물 알레르기 반응, 엄마의 알레르기 병력이 중요

엄마의 천식을 비롯한 알레르기성 질환 병력(病歷)이 자녀들의 애완동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랜싯The Lancet』 제360호; 781-782쪽 2002년 9월)
미국 보스턴의 브리검 앤 위민즈 병원 (Brigham and Women’s hospital) 연구팀은 적어도 부모 중에 하나가 아토피(atopy) 질환(이 연구에서는 천식을 포함한 알레르기성 질환을 지칭)을 앓았던 경력이 있는 아이들 448명을 대상으로 애완동물에 대한 조기(早期) 노출과 그 이후의 천명(喘鳴, wheezing) 발생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방법은 아기의 출생부터 5세가 될 때까지 정기적으로 부모와 인터뷰를 해서 아기 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방식이었다. 동시에 아기가 사는 집에서도 직접 먼지를 채취하여 애완동물 알레르기의 농도를 분석하였다.

아토피를 앓은 적이 없는 엄마로부터 태어난 아기들은 생후 2-3개월 때 고양이와 접촉했을 경우 그렇지 않은 아기들보다 생후 5년 사이에 천명 증세를 보일 위험성이 약 40%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엄마가 천식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동일한 조건에 노출되었을 경우 3세 때부터 오히려 천명발생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고양이와 달리 개나 개의 알레르기 물질과의 접촉은 아이들의 천명 위험성과 아무 연관성이 없었고, 아버지의 알레르기 병력도 고양이와 접촉한 아이들의 천명 위험성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식 병력이 없는 엄마의 아기들이 고양이에 일찍 폭로될 경우 천명의 위험성이 줄어들었다는 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은 “고양이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신생아의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어 나중에 알레르기에 대한 예방적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천식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은 유전적인 요인이나 임신 중 혹은 출산 직후 엄마와 공유한 외부환경의 영향으로 고양이의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민감해져 있다가 그 이후 다시 폭로되었을 때 천명증세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기가 있는 집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기의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는 지금까지의 주장은 ‘엄마의 알레르기 병력에 따라서’라는 새로운 단서를 달게 되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