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비타민 복용, 자녀의 소아종양 발생 가능성 줄여

임신기간 중에 매일 비타민을 복용하면 아기가 ‘신경모세포종(neuroblastoma, 神經母細胞腫)’에 걸릴 위험이 30~40%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역학(Epidemiology)』제13호, 575-580쪽, 2002년 9월) 비타민이 신경모세포종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음을 암시하는 결과다.

신경모세포종은 말초신경계의 배아에 생기는 종양(tumor)으로, 미국에서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중 매년 100만 명에 9.1명 꼴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소아종양 중 하나다.

의료전문가들은 이렇게 어린 나이에 종양이 진단되는 것으로 보아 원인이 임신 전이나 임신 기간 동안 산모가 접한 환경과 연관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산모의 흡연, 알코올 섭취, 약물복용, 임신합병증, 직업, 출산력 등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임신 중에 비타민을 복용하면 신경관손상증(neural tube defects)과 구순열(oral clefts, 일명 ‘언청이’) 발생이 현저히 감소하고, ‘소아 뇌종양’과 ‘소아 백혈병’의 발생 위험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는?결과가 이미 나와 있었기 때문에 연구진은 비타민 복용이 신경모세포종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대상은 1992년 5월 1일부터 1994년 4월 30일 사이에 미국과 캐나다의 ‘소아 암환자 연구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139개의 병원에서 신경모세포종으로 진단 받은 19세 미만 환자538명의 어머니 그룹과, 환자와 같은 연령 대에서 무작위 추출을 통해 선발된 건강한 아동504명의 어머니 그룹이었다.

연구진은 두 그룹의 어머니들에게 전화 인터뷰를 했다. 주된 질문 내용은 “임신기간 동안에 비타민을 복용한 적이 있었는가?”, “(있었다면) 복용 시기와 지속기간, 그리고 하루 복용횟수는?” 등이었다.

임신 전후에 매일 비타민을 복용한 엄마로부터 태어난 아기는 전혀 복용하지 않은 엄마로부터 태어난 아기보다 신경모세포종에 걸린 비율이 30~40%나 낮게 나타났다. 비타민을 매일 복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매일 복용한 경우보다 정도는 낮았지만 그래도 효과가 있었다. 복용한 비타민의 유형은 대부분 ‘종합비타민’이었다. 어느 회사 제품인지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이 연구에서는 자료 상의 한계로 정확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지만, 비록 임신 2기(4~6개월) 때부터 비타민 복용을 시작한 경우에도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은 밝혀낼 수 있었다. 만약 필자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빠를수록 좋다”라고 답할 것 같다.

미국에서는 1992년부터 임산부들에게 비타민, 특히 ‘엽산(folic acid)’ 성분을 섭취하라고 국가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된 ‘엽산 효과’를 실전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엽산이 많이 포함된 음식에는 간, 시금치, 콩류, 과일, 달걀 노른자, 호박, 아스파라거스, 우유 등이 있지만, 매일 권장량(400mcg) 만큼 섭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일반 종합비타민을 복용할 것을 권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산모에게 주로 ‘철분’ 보충을 권장하는데, 이제는 철분뿐만 아니라 비타민, 특히 엽산 섭취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