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현재 전 세계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하 SARS)’이라는 질병의 창궐로 몹시 불안해하고 있다. 아직까지 SARS에 대한 뚜렷한 대응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중세에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에 버금갈 인명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 하면, 영국의 한 의료 전문가는 SARS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나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라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SARS에 대한 이해를 높여 이 병의 확산을 막아보고자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근거로 SARS에 관한 간단한 퀴즈 문제를 해설과 함께 소개한다. 1.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SARS 환자의 수는 10,000명이 넘는다. =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의하면 2003년 4월 26일 현재까지 전 세계 26개 국가에서 4,649명의 SARS 환자가 발생해서 이 중 274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물론 실제 감염자수는 이 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 SARS는 바이러스(virus) 감염에 의해 일어난다. = 최근까지, 과학자들은 SARS를 유발하는 병원체는 감기를 유발하기도 하는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런데, 이 ‘코로나바이러스’는 인체 밖에서도 최고 3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SARS 환자는 일반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나타낸다. = 미국의 질병관리센터(CDC)에 따르면 SARS는 38도 이상의 고열, 기침, 두통, 근육통, 호흡곤란 등 일반 감기와 유사한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SARS 바이러스에 감염 된 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기 까지는 최대 10일이 걸릴 수 있다. 만약 이미 SARS에 걸린 사람과 접촉하거나 위험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뒤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SARS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SARS 환자의 20%는 인공호흡을 받아야 할 정도로 극심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4. SARS 환자의 대부분은 사망한다. = 1번의 설명에도 나와 있듯이 SARS 환자의 사망률은 현재까지 4~6%대 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망률은 의료환경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5. SARS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주로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 전파된다. = 지금까지의 역학 조사 결과, SARS는 일반 감기 바이러스와 비슷한 전파경로를 가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감염된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근처에 있던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감염자의 체액(침, 콧물)과 접촉하게 되면 SARS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공기를 통한 SARS 바이러스의 감염은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6. SARS에 걸릴 확률은 모든 사람이 똑 같다. = 비록 그 어떤 사람도 SARS 감염의 안전지대에 있지 않지만, 지금까지 감염사례를 분석해 보면 SARS 환자의 대부분은 특정 국가(중국, 홍콩, 베트남, 캐나다)에서 SARS 환자를 다룬 의료진, SARS 환자의 가족 및 친구 등으로 밝혀졌다. 가까운 주변에 SARS 환자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고(高)위험군이라고 할 수 있다. 7. SARS는 2002부터 창궐했다. =2002년에는 SARS 라는 이름조차 생소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작년 11월에 중국에 이미 SARS 환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 첫 번째 SARS 환자는 2003년 2월에 베트남에서 발견되었다. 8. 나는 SARS에 감염되었는지 여부를 검사로 알 수 있다. = 현재 과학자들은 SARS 병원체의 규명, 검사법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SARS 감염여부에 대한 표준화된 검사법이 만들어 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듯싶다. 체내의 항체 검사를 통해 의심되는 SARS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잠복기 동안에는 항체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잠복기 상태에 있는 SARS 환자는 검사에서도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는 AIDS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항체 형성 기간 3개월 소요-의 경우에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9. SARS는 항생제 투여로 치료될 수 있다. = SARS는 바이러스 질환이고 항생제(antibiotics)는 단지 박테리아(세균) 질환을 치료하는데 만 효력이 있다. 따라서 항생제는 SARS 치료에는 소용이 없다. 그러나, SARS 환자가 폐렴(박테리아 질환) 증세를 보이는 경우에는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현재까지 SARS에 대한 공인된 치료방법과 백신은 개발되어 있지 않다. SARS 환자를 많이 다루었던 의료진이 주로 사용했던 치료방법은 ‘ribavirin’ 이라는 항바이러스제와 ‘prednisone’이라는 항염증제를 병행해서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심각한 증세를 보이는 SARS 환자에서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방법도 현재 위급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임시적 치료법일 뿐, 아직까지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은 없다. 현대인은 첨단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과거에 비해 의식주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으며, 의학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선진국 들은 평균수명 80세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인간 100세’의 목표달성을 위해 정복해야 할 것은 암이나 순환기계 질환 같은 ‘만성병’뿐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과거의 전염성 질환은 앞으로 질병사(疾病史)에서나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들떠 있었다. 최근의 SARS 창궐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운송수단의 발달과 무역량의 증가로 국가간 인적 교류가 급증하고 있는 지구촌 시대에서 어느 한 국가가 아무리 높은 생활수준을 향유한다 하더라도, 이웃의 가난한 나라가 질병, 특히 전염병으로 시달리고 있다면 그들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SARS는 진정으로 인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간 빈부격차를 해소하여, 전 세계인 모두에게 최소한의 위생적 생활환경과 영양공급이 제공되어야만 비로소 모두가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주) 위 글은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www.pressian.com)의 4월 29일자에서 “사스에 관해 알아야 할 9가지 상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