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경제적으로도 이익

미국 하버드 대학 위해성 평가 연구소(Harvard Center for Risk Analysis)의 조슈아 코헨 박사는 최근의 연구에서 “휴대전화(cell phone)?사용자의 급증과 더불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사고도 함께 증가하면서, 운전 중 전화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시기에 도달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소에서는 지난 2000년에도 같은 주제로 연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운전 중 전화사용 금지가 시기상조라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그 당시 연구비를 지원한 곳은 미국의 거대 통신회사인 AT & T Wireless였고, 이번 연구는 연구소 자체의 연구비로 수행되었다.

코헨 박사와 필자의 대담 내용을 간추려 아래에 옮겼다.

*필자: 예전의 연구와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혹시 연구비의 출처가 다른 것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십니까?

*코헨 박사: 연구비의 원천과 연구결과는 무관합니다. 다만 2000년 당시에는 얻을 수 없었던 자료,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지에 관한 연방자료를 이번 연구에 포함시킨 것이 연구결과에 변화를 가져온 가장 큰 요인입니다. 이 자료를 포함하면서 운전 중 전화 사용금지에 따른 편익(benefit)이 예전보다 4배 높게 나왔어요.

(이번 연구에서 편익 산출을 위해 사용된 자료는 의료비, 재산피해, 그리고, 소비자로부터 “휴대전화 사용으로 발생한 사고에 따른 고통과 죽음을 면할 수 있다면 얼마의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가?”를 측정한 ‘지불의사 금액’ 등이었다. 연구결과 운전 중 전화 사용금지에 따른 편익은 연간 430억불(신뢰구간 90억불~1,930억불)이었고, 사용금지에 따른 비용도 역시 430억불(신뢰구간 170억불~1,510억불)로 같은 값을 보였다. )

*코헨 박사: 사실 다른 사람이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함으로써 내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주행 중 전화를 사용하는 운전자가 사망할 확률은 미국의 경우 일년에 100만명 중 13명이고, 보행자나 다른 운전자를 죽게 할 가능성은 100만명 중 4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사회전체적으로 따지면 정책차원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규모가 됩니다.

코헨 박사는 연구에서 미국에서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가 2,600명, 부상자가 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필자: 이번 연구에서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규제에 따른 편익과 비용이 같은 값을 보였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코헨 박사: 이번 연구 결과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이제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규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비용을 상쇄하고, 앞으로 더 커질 것임을 암시하는 유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현재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뇌종양 발생과 같은 가설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 때는 편익이 비용을 훨씬 앞지르게 될 것입니다.

한편, 코헨 박사가 2000년에 실시한 연구에서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편익을 훨씬 앞지르는 것으로 나왔고, 사고 예방을 목표로 한다면 휴대전화 사용 금지 보다는 다른 교통안전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더욱 비용 효과적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결론으로 그 당시에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은 조치라는 결과를 발표했었다.

우리 나라를 비롯한 국제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대부분은 이미 운전 중 핸즈프리 장치 없이 휴대전화 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 중이고, 일본의 경우는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운전 중 카네비게이션(자동차항법장치)의 사용도 규제를 하고 있다. 독일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회사가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선시하는 미국에서는 아직 몇몇 주에서만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의 편리함에 따른 ‘실용주의’가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또 하나의 덕목인 안전주의가 이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앞으로 둘 사이의 ‘힘겨루기’의 결과를 통해 미국사회의 가치관이 어느 쪽에 더 기울어 있는 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