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산 먹으면 대장암 예방

우리 나라 통계청의 ‘2001년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대장암(大腸癌)으로 인한 사망률이 전체 암 중에서 네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1년에 인구 10만명당 4.4명이던 사망건수가 2001년에는 9.6명으로 늘어났다. 서구식 생활 패턴으로 빠르게 변하면서 한국인의 대장암 발생률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장암 발생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음식과 영양소의 역할이 관심의 표적이다. 채소와 과일 섭취를 권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채소와 과일에 함유되어 있는 특정 영양소에 대한 연구는 대장암 예방에 있어서 음식섭취 의 중요성에 더욱 무게를 실어준다. 식이섬유의 역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가설과 연구결과 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엽산(folate, folic acid)이라는 물질의 대장암 예방 효과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가장 근접한 증거들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 보건대학원의 에드워드 지오바누치(Edward Giovannucci, 영양역학 전공) 박사는 엽산 섭취가 적어지면 대장암 발생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주1-3).

알코올 섭취는 엽산의 대사작용(代謝作用)을 방해하므로 술을 자주 먹는 사람은 엽산의 섭취를 늘려야 하고, 이럴 경우 알코올 섭취로 인한 대장암 발생의 위험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주1-2,8).

미국 국민의 ‘영양 및 건강상태에 대한 실태조사 (NHANES;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에서도 엽산 섭취가 대장암 발생을 낮춰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주4).

지오바누치 박사와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Fred Hutchinson Cancer Center)의 와이트(White) 박사는 “엽산이 포함된 종합비타민을 꾸준히 복용하면 대장암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히면서, 엽산이 함유된 종합비타민을 먹으라고 권고했다(주3, 5).

이 밖에 엽산 대사 효소 유전자와 관련한 연구 역시 엽산의 대장암 예방효과를 증명해주고 있다.

‘메틸렌테트라하이드로폴레이트 리덕타제(Methylenetetrahydrofolate reductase)’라는 효소는 엽산대사에 필요한 중요 효소로 알려져 있는데, 이 효소의 다형성(polymorphism)과 대장암이 관련성이 있다고 밝혀졌고(주6-7), 이 사실은 엽산이 대장암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요소임을 말해주는 중요한 근거이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 푸른색 채소와 과일 섭취를 습관화하고, 엽산을 포함한 종합비타민제의 복용을 권장하고 싶다.

특히 임산부에게 있어서 엽산 결핍은 태아의 신경관손상증(Neural Tube Defects)을 초래한다. 신경조직은 태아발달 초기에 형성되므로 엽산 결핍이 임신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임신 초기에 일어날 경우, 태아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임기 여성의 지속적인 엽산 섭취는 대장암 예방뿐만 아니라, 태아의 척추발달 저하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글-이정은(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