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방송에서 인터넷까지 우리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학술 연구 결과나 각종 건강 정보를 접한다. 많은 정보만큼 그 수준과 유용성이 다양하여 우리는 이중에서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식견을 갖출 필요가 있다. ‘정보의 출처 및 전달 매체는 믿을 만한가?’, ‘믿고 따라도 좋을 만큼 유익한 것인가?’ 등을 고려해서 건강한 정보를 구분해 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옥석을 가려 낼 수 있을까? 첫째, 정보의 출처를 살펴야 한다. 건강 관련 정보는 세계적 권위를 지닌 학술지에서부터 상업용 광고 전단에 이르기까지 도처에 널려 있다. 특히 까다로운 임상실험을 거쳐야 하는 전문 의약품과 달리 효능에 대한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건강보조식품 광고를 주의해야 한다. 이 광고들은 건강보조식품을 의약품처럼 포장한다. 상업용 제품 광고에서 흔히 보는 과학적 증거에 기초하지 않은 유명인의 추천도 정보로서 가치가 없다. 건강 관련 학술연구의 결과를 소개하면서 학술지 원문을 참고하지 않고 외국 언론사의 보도를 단순 번역한 정보들에도 오류가 있다. 언론은 학술지 원문의 행간에서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과학적 사실보다는 흥미 위주의 정보를 보도하기 쉽다. 때로는 본래 연구결과를 왜곡하여 전달하기도 한다. 심지어 일반인에게 섣불리 알리지 말아야 할 정보들이 그대로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담배 회사가 지원하여 연구한 후 ‘간접 흡연의 피해는 없다’라는 왜곡된 결과를 보도하기도 한다. ‘자위를 많이 하는 남성, 전립선 암 발생 위험이 준다’처럼 설익은 정보를 오직 흥미를 끌기 위해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언론 보도를 100% 진실로 받아들이지 말고 정보 제공자를 확인하고 믿을 만한 것인지를 숙고해 보는 것이 좋다. 학술지 원문에는 누가 연구비를 지원한 것인지, 이 연구를 해석할 때 주의할 사항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으므로 원문을 살펴보는 것도 오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둘째, 정보의 근거로 실험 결과가 제시되었다 하더라도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살펴야 한다. 인간과 생물학적 특성이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 얻어진 결과(효과)를 인간에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대부분 동물 대상 실험 결과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여기서 얻은 결과만 부각하여 일반인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실험은 인간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한 시작이지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한다. 셋째, 건강 정보를 전하는 주체가 누구인가를 살펴야 한다. 전달자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단면만 부각하여 잘못된 결론을 유도하거나, 심지어 이해관계에 얽매여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가 전달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건강 정보를 전하는 사람은 책임의식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독자들도 건강 정보를 접할 때 누가 쓴 글인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넷째, 건강정보에도 등급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흔히 ‘A라는 요인과 B라는 결과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예를 들어 A는 어떤 음식이고, B는 질병(혹은 건강 증진)이라고 하자. 연관성 수준에도 ‘그럴 수도 있겠다(possible)’ 정도인지 상당수의 연구가 증명하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probable)’ 정도인지, 아니면 더 나아가 두 요인 사이에 ‘확립된(established)’ 연관성이 인정되는 단계인지 등급이 있다. 그런데 이런 판단은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전공자가 아니면 알기 힘들다. ‘적당량의 음주는 심장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라는 가설은 확립된 연관성에 속한다. 앞에서 예로 든 ‘남성의 자위 횟수와 전립선암 사이의 관계’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정도로서 가설의 진위를 파악하기엔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어떤 건강 정보를 처음 접하면 당장 받아들이지 말고 ‘후속편’을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 어제는 ‘독’이었다가 오늘은 ‘약’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 정보를 전하는 대중 매체는 단지 흥미를 끌기 위해 ‘설익은’ 정보를 단발성으로 뿌려 대면 안 된다. 일반인에게 혼란과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기사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만약 자신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결정을 내리려 한다면, 그때는 혼자 판단하거나 풍문에 의존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잘못된 결정은 경제적 손실과 함께 건강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