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대안, 그린빌딩

“2%의 비용을 추가로 투자하여 향후 20년 동안 그 10배가 넘는 금전적 이익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어느 투자회사가 투자자 모집을 위해 내세운 선전문구가 아니다. 이는 ‘그린빌딩’이라고 하는 환경친화적 건물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실시했던 대규모 연구가 내린 결론이다.

‘그린빌딩’이란 에너지, 재료, 토지와 같은 자원을 좀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건물로, 자연적 환기 및 온도 조절 능력이 우수하고 자연광 이용률이 높으며,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지원을 받은 연구진은 지난해 미국 전역에 있는 그린빌딩 인증을 받은 33개 건물의 건축비용 실사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의하면 그린빌딩은 전통적 방식으로 지어진 일반 건물에 비해 초기 건축비용이 ft2당(1ft=30.48cm) 3~5달러 더 들었지만, 이로부터 돌아온 이익은 50~70달러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린빌딩의 설계와 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비용은 전기와 물 같은 에너지 사용량 감소로 인한 건물유지비용의 절감과 생산성 향상 및 건강증진에서 얻어진 이익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었다. 화석 연료로 만들어진 전기 에너지를 적게 소비함으로써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적게 방출하는 점은 그 가치를 돈으로 정확히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귀중한 것이었다. 또한, 쾌적한 작업 환경이 제공되는 그린빌딩에는 더 우수한 인력이 모이는 경향도 나타났다. 지금까지 그린빌딩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그린빌딩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는 결과인 셈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그린빌딩이 어떻게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일반적으로 그린빌딩들은 채광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창문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창들은 날씨, 시간, 외부 상황에 대한 정보제공의 창구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심미적 효과도 겸하고 있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배려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또한, 일을 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을 만큼의 밝기를 제공하는 전기조명과 달리 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은 높은 강도의 빛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밝은 환경에서 일의 능률이 오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빛이 인간의 생물학적 기능에 미치는 영향’도 생산성 향상을 설명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수면호르몬’이라고 불리우는 멜라토닌은 인체의 생물학적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호르몬은 빛에 민감하여 어두운 밤 시간에 분비량이 증가한다. 연구에 의하면 전기 불빛과 함께 햇빛이 들어오는 사무실 환경에서는 멜라토닌에 대한 억제가 더 잘 일어난다고 한다. 즉, 환한 빛을 받을수록 더 맑은 정신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햇빛이 잘 드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린빌딩이 거주자의 호흡기 및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하는데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도 강조하고 싶은 혜택이다. 근본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건축자재의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린빌딩이 온도와 습도 조절, 그리고 자연적 통풍능력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쯤 되면 그린빌딩을 ‘건강빌딩’이라고 불러도 무난할 것 같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입주자를 못 구해 놀고 있는 건물이 많다고 한다. 지금이야말로 사람을 끌어 모으는 마력을 지닌 그린빌딩에 과감히 투자할 적기가 아닌가 싶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 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