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미국 맨해튼에서 발생한 9.11 테러 이후 심장발작을 일으킨 사람이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 지하철 폭발사고 등 대형참사를 연달아 겪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하는 보고다. 2003년 11월에 열린 미국심장협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뉴욕 메소디스트 병원 연구진은 9.11 테러가 일어나기 두 달 전에 심장질환 증세로 입원한 428명과 사건 발생 두 달 후 역시 심장질환으로 입원한 425명의 의료기록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사건 발생 전후로 입원사유가 크게 달라진 점이 주목할 만하다. 9.11 사건 후에는 심장발작과 심장부정맥으로 입원한 환자수가 각각 35%, 40%씩 증가한 반면, 이보다 덜 위험한 증세인 가슴통증 등으로 입원한 사람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두고 “9.11 사건 전에 가슴통증과 같은 경미한 심장질환 증세를 보이던 사람들이 사건을 목격하면서 더욱 심각한 급성 심장발작이나 급성 심장부정맥 환자로 발전하여 빚어진 현상”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처음에는 가벼운 증세로 입원했다가 텔레비전에서 반복적으로 보도되는 사건현장을 보면서 심각한 증세로 바뀐 환자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엄청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카테콜라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량이 늘어나며, 이것이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키고 혈압을 높여 심장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위험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 9.11 테러가 일어난 세계무역센터 근처에 사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 및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더 많이 겪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 밖에도 심리적 스트레스와 심장질환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박진감 넘치는 운동경기나 자연재해를 경험한 사람들이 심장발작을 일으킨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도 알려져 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