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에게도 큰 상처 남기는 ‘구조조정’ 한파

구조조정 후, 회사에 남아 일을 계속하게 된 노동자들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과 질병으로 인한 결근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구조조정의 희생자가 실직자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핀란드의 산업보건연구소(FIOH) 팀은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22,430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단행된 후 7년 반 동안 그들의 건강피해를 조사한 결과, 감원 규모가 클수록,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던 사람일수록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8% 이하로 감원이 이루어진 구조조정과 비교하여 18% 이상이 감원된 구조조정이 있은 후, 구조조정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은 이와 무관했던 사람에 비해 처음 4년 동안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5배나 높았고, 그 후 3.5년 동안은 1.4배 높았다. 그러나 다른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결근률도 구조조정 리스트에 올랐던 사람들이 안정된 지위에 있던 사람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임시직 노동자들한테서는 결근률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은 고용 상태가 불안해서 몸이 아파도 결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의학저널》 2004년 3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유씨 바떼라 박사는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후 더 많은 일을 해야 했고 업무에 대한 통제력이 줄었으며 직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을 것이다. 그 스트레스가 그들의 심혈관 질환 사망위험을 높이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정책 결정자들은 감원만이 유일한 대안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며, 만약 감원을 해야 한다면 이로 인한 노동자들의 건강위험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