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연세가 높은데도 근력(muscle strength)이 좋은 분들이 있다. 그렇다면 아마도 그분들은 태어날 당시에 또래 신생아들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다이애너 쿠(Diana Kuh) 등의 영국 역학자(epidemiologist)들은 “임신기간 동안의 태내(胎內)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출생 시 체중이 평생 그 사람의 근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 제156호 7권; 627-633쪽 2002년) 연구자들은 1946년에 태어난 남자 1,371명, 여자 1,401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연령이 만 53세에 도달했을 때, 출생 당시 체중기록과 현재의 근력을 비교하여 둘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보았다. 근육의 강도를 나타내는 근력의 지표로는 손으로 물건을 쥐는 힘인 악력(握力)을 사용했다. 출생 시 체중과 성인이 된 후의 악력 사이에는 높은 연관성이 나타났다. 성인의 근력은 유전적 요인(약 65%), 어렸을 때와 현재의 체중 및 키(체격), 사회경제적 요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이 요소들이 근력에 미치는 영향을 보정한 뒤 연구를 실시했다. 그러고도 출생 시 체중과 중년이 된 후 악력 사이의 높은 연관성은 변함없었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의 근육섬유의 수는 출생 당시 또는 출생 직후에 결정되는데, 만약 이때 근섬유 숫자가 적다면 체중이 덜 나간다. 이것은 유전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아기가 태내에 있는 동안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해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출생 후 이런 결함이 운동 등으로 보충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하고 그 영향이 중년까지 그대로 이어져서 결국은 근력의 저하를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근육은 인간의 육체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신체적 요소다. 근육이 약해지면 넘어지거나 뼈가 부러지는 현상이 쉽게 일어나고, 심하면 혼자서 거동할 수도 없게 되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해 태아의 근육 발달이 유전적 요인 못지않게 임신기간 동안의 충분한 영양공급과 같은 외부 환경조건이 중요하며, 그렇지 못했을 경우 근섬유의 손실을 입은 채 태어난 아기는 평생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