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서 양초를 켤 때 유념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일부 양초의 심지에 납(lead) 성분이 포함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납 성분은 양초가 타는 동안 심지가 촛농에 잠기지 않고 똑바로 서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 환경보호청(US EPA) 소속의 셜리 왓슨(Shirley Wasson) 외 여러 연구자들은 시중에서 구입한 양초를 밀폐된 공간에서 완전히 다 태운 뒤, 부산물을 수거하여 납 농도를 측정했다. 이 수치를 우리가 실내에서 일상적으로 양초를 태울 때 폭로될 수 있는 농도로 환산해보니, 양초를 단 하나만 실내에서 태워도 미국 환경보호청의 대기 중 납 농도 허용기준(1.5 mg/m3)을 훌쩍 초과했으며, 여러 개의 양초를 동시에 켜 놓았을 때는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작업장 실내 환경기준(50mg/m³)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The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제296호; 159-174쪽, 2002년 9월) 문제는 양초 심지에 포함된 납 성분이 양초를 켜는 동안 입자형태로 공기 중에 방출되어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침입하거나 실내 곳곳의 생활용품에 달라붙은 채 남는다는 점이다. 특히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의복, 가구 등에 납 성분이 달라붙어 있다가 나중에 아이들이 이것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납 성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된다. 이런 집에서는 기어 다니는 아기들이 손가락을 빨면, 손에 묻었던 먼지를 통해 납을 먹게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납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상대적으로 많은 납에 노출된 어린이들은 지능지수가 더 낮고 학습활동이 부진하는 등 뇌기능에 손상을 준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가 우리에게 더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납 성분이 들어간 양초의 대부분이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것들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현재 우리 나라에서 사용되는 양초의 상당수도 이 나라들로부터 수입된 것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