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만 쓰다듬어도 개 회충 감염될 수 있다

개를 키우는 것이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내에서 개를 키우는 가정이 부쩍 늘었다. 개는 분명 사랑 받을 만한 동물이지만 건강 측면에서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개 회충(Toxocara canis)’에 감염되면 심한 경우 시력까지 잃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기생충이 있는 개의 대변을 만졌을 경우에만 이 기생충에 감염된다는 게 정설이었으나, 단지 그런 개의 털을 만지기만 해도 감염될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The Veterinary Record, 제152호, 2003)

연구진은 개 60마리를 조사한 결과, 그 중 25%가 털에 기생충이 있었다. 기생충은 주로 항문 근처와 뒷다리 쪽 털에서 발견되었고, 기생충 알도 1그램당 180개 정도가 나왔다. 알의 일부는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을 만큼 성숙되어 있었다.

미국에서는 연간 1만 명 가량이 개 회충에 감염되며, 주 감염자는 12세 미만의 어린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한테서 이 기생충에 대한 항체가 발견되는데, 이는 과거에 개 회충에 폭로된 경험이 있음을 뜻한다.

사람 몸에 들어온 개 회충은 안구의 뒤쪽에서 성장하면서 시력을 떨어뜨리고 심하면 실명까지 일으킨다. 때로는 의사가 ‘안구암’으로 오진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개 회충은 간이나 폐 등 다른 신체기관에 침입하여 ‘톡소카라증(toxocariasis)’을 유발한다. 이 병에 걸리면 혼수상태까지 갈 수도 있다.

연구진은 “개 기생충에 감염될 위험이 가장 높은 사람은 개 주인이므로, 개 주인은 개를 자주 목욕시키고 정기적으로 기생충 약을 먹여야 한다. 특히 어린 강아지라면 이를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기생충에 감염된 어미 개가 낳은 강아지는 출생 시에 태반을 통해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출생 후 첫 3개월 동안은 2주일에 한번씩 구충제를 투여하고, 그 다음 3개월 간은 한 달에 한번씩, 그리고 6개월 이후에는 6달마다 한 번씩 구충제를 투여하는 게 좋다.

개 주인도 개를 만진 뒤나 음식을 만들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아기가 함께 사는 경우에는 개의 위생상태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또한 어린이는 야외에서 개의 털 또는 대변을 만지기 쉽고 무심결에 지저분한 손이나 물건을 입에 대기 일쑤여서 개 회충에 감염될 위험성이 높다. 부모의 사전교육이 필요하다 하겠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