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도 발암물질?

‘휴대폰 때문에 심각한 병에 걸리진 않을까?’ 휴대폰이 거의 생필품 수준으로 보급되면서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세포, 뇌,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쳐 백혈병이나 암(뇌종양), 치매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는 연구결과도 여러 차례 보고되었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휴대폰 사용자가 휴대폰 서비스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과학적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패소하는 등 아직 휴대폰 전자파에 의한 인체피해 발생 여부는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다. 심증은 가지만 휴대폰과 질병 발생 여부에 대해 단언하지는 못한다. 기존 연구들이 대개 실험용 동물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고, 발병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에 비춰볼 때 휴대폰이 우리 생활에 도입된 기간은 아직 짧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의 인간 대상 연구들은 ‘질병’이라고까지 말하긴 힘들지만 적어도 ‘질병 증후군’으로 보기엔 충분한 결과들을 내놓았다. 그 중 하나가 휴대폰 사용자 중에 두통이나 피로감,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휴대폰을 켜둔 채 하루 7시간 반 동안 지낸 사람들에게 심각한 백혈구 저하 현상이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세계 휴대폰시장 점유율이 1등인 핀란드에서 최초로 인간의 세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는 세포가 휴대폰의 전자파에 노출되자 ‘혈뇌장벽(blood brain barrier, BBB)’이 손상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혈뇌장벽이란 혈액의 유해성분이 뇌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일종의 보호막으로, 이것이 손상되면 두통과 수면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는 사람들이 핸드폰 사용이 증가하면서 알레르기 증세가 악화되었다는 결과가 일본에서 나왔다. 독일에서는 핸드폰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전자파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포도막 흑색종’이라는 희귀한 ‘안구암’ 발생이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세계보건기구는 특히 어린이의 휴대폰 사용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라고 부모에게 요구하고 있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대뇌를 감싼 막이 얇아 더 많은 전자파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럼 휴대폰은 어떻게 써야 안전할까? 전문가들은 휴대폰을 사용할 때 머리에다 직접 대면 뇌로 흡수되는 전자파가 증가하므로 머리로부터 단 1~2센티미터라도 떨어뜨리고, 전자파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인 안테나를 멀리 할 수 있는 핸즈프리 키트를 사용하도록 적극 권장한다. 그러나 시판 중인 각종 전자파 차단장치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거나 오히려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 견해를 밝히고 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