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렌즈를 낀 채 세수하면 실명시킬 수 있는 병원체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뉴 사이언티스트’지 2004년 1월호에 발표되었다. 문제의 병원체는 물이나 토양에서 서식하는 ‘가시아메바(Acanthamoeba)’라는 원생동물이다. 일단 가시아메바에 감염되면 눈에서 제거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각막에 궤양이 생기는 ‘가시아메바 각막염’으로 발전하기 쉽고, 심하면 실명할 수도 있다. 영국 무어필드 안과병원의 연구진은 가시아메바에 감염된 경로를 밝히기 위해 환자 8명과 그들이 사용한 물 저장탱크에서 발견된 가시아메바의 유전자를 비교했는데, 이 중 6건이 두 유전자가 동일했다. 가시아메바 감염이 수돗물에서 비롯되었음을 암시하는 결과다. “콘텍트렌즈를 수돗물에 보관하거나 렌즈를 보관하는 케이스가 수돗물과 접촉하여 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가장 위험한 건 렌즈를 낀 채 얼굴을 씻거나 젖은 손으로 렌즈를 만지는 경우”라고 말하면서, “렌즈를 꼈을 때는 수돗물을 멀리하라”고 조언했다. 영국에서는 네덜란드보다 7배, 미국보다는 15배나 많은 가시아메바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모든 가정에 찬 물을 받아둘 수 있는 물탱크를 두도록 규정한 영국의 급수제도가 이 현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물탱크에 고여 있는 물이 가시아메바의 저장소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