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매트리스’가 능사 아니다

보통 딱딱한 매트리스에서 자는 것이 허리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료: The Lancet 제362(15)호, 200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을 주축으로 한 연구진은 뚜렷한 원인 없는 만성 요통으로 허리통증클리닉을 찾은 환자 313명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313명의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딱딱한 매트리스와 중간 강도의 매트리스를 공급했다. 90일 동안 사용한 후 매트리스의 강도에 따라 허리 통증 개선 효과에 차이가 있는지를 조사해보니, 중간 강도를 지닌 매트리스에서 잠을 잔 사람들이 딱딱한 매트리스에서 잠을 잔 사람에 비해 허리 통증 개선 효과가 더 높았다.

통증 측정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침 기상 직후와 기상 후 30분 내에 통증 정도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설문 조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실험 전과 후에 각각 측정했다. 측정 결과, 중간 강도의 매트리스를 사용한 사람들이 침대에 누워 있을 때와 일어날 때 느끼는 허리 통증 개선 효과가 더 컸다. 하루 일과 중 허리 통증을 느끼는 빈도도 중간 강도의 매트리스를 사용한 사람들이 낮았다. 연구진은 만성 요통 환자들이 중간 강도의 매트리스를 사용하면 요통 개선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던 미국 애모리 대학 척추센터 소장인 스코트 보든 박사는 “지금까지 매트리스의 강도와 허리 건강에 대해 연구된 것이 별로 없다. 매트리스의 강도는 허리 건강에 매우 중요하지만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하는 기준은 아직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딱딱한 매트리스가 좋다는 것은 오해일 수 있고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하기에는 무리’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만성 요통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딱딱한 매트리스만을 고집하지 말고 강도가 다른 몇 가지를 바꿔서 사용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히 다른 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아침에 일어날 때 요통을 느낀다면 사용하는 매트리스의 강도가 자신과 맞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특히 만성 요통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매트리스 강도에 따라 통증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으므로 매트리스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매트리스 강도와 허리 건강이 관련 있음은 인정하지만, 여전히 최적의 매트리스 강도에 대해서는 표준화된 수치가 없어서 뚜렷이 결론 지을 수 없다.

척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응답자의 95%는 매트리스의 강도가 요통과 관련 있다고 대답했다. 이중 76%는 딱딱한 매트리스를 권했다. 뉴욕대학 의료센터의 스포츠재활의학연구소 소장인 제럴드 바로타 박사는 “매트리스가 너무 딱딱하면 인체의 굴곡을 받쳐 주지 못해서 좋지 않고, 너무 푹신해도 문제”라고 말했다.

매트리스의 강도와 요통 개선 효과에 대한 최종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무조건 딱딱한 매트리스가 좋다는 환상을 가진 요통 환자들에게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