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의사 만나야 생존 가능성 높다

2003년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암 환자 사망률이 병원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병원을 잘 선택하면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병원의 규모보다 경험 많은 의사를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서 주목된다.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49호, 2003년]

미국 뉴햄프셔 소재 다트머스-히치콕 의료센터의 연구진은 1998년~1999년에 미국의 각 병원에서 심장과 암 수술을 받은 뒤 사망한 474,108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누가 수술을 했느냐에 따라 사망률에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일수록 환자의 사망률이 낮았다. ‘심장동맥우회술’의 경우 1년에 100번 수술한 의사는 162번 수술한 의사보다 36% 높은 환자 사망률을 기록했고 ‘인공대동맥판막수술’에서는 의사 별로 최대 100%까지 차이가 났다. 췌장암 수술의 경우 1년에 2건 이하의 수술을 한 의사는 4건 이상의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보다 260% 높은 환자 사망률을 보였다. 이런 경향은 분석에 포함된 8개 질환의 수술 항목 모두에서 동일하게 나타났고, 이 결과는 수술 받은 환자의 연령과 성별, 건강 상태를 고려한 뒤에 얻어졌다.

보통 우리는 큰 병원일수록 병을 잘 고친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형 병원일수록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가 많고, 의료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무엇보다 수술 경험이 풍부하고 수술을 많이 해본 바쁜 의사를 만나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각 병원 및 의사 별로 환자 치료의 성취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다. 환자는 이를 참고하여 의사를 선택하고 의료진은 이 제도를 통해 더 높은 명성을 얻고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는 기회로 활용한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