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은 2003년 한 해 동안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새로 감염된 사람이 5백만 명에 이르고, 에이즈로 사망한 사람은 3백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몇 년 안에 동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이 기록이 곧 깨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덧붙였다. 현재 전 세계에 4천만 명의 HIV 감염자가 있고, 이중 250만 명은 15세 미만의 어린이들이다. 지금도 하루에 1만4천 명씩 새로운 HIV 감염자가 태어난다. 아프리카에서는 사망 원인 1위가 에이즈이고, 전 세계적으로는 에이즈가 사망 원인 4위를 차지한다. 사망 원인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 HIV 감염자가 가장 많은 곳은 아프리카 지역이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에 전체 HIV 감염자의 30%가 밀집되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만 530만 명의 HIV 감염자가 산다. 보츠와나와 스와질랜드에서는 성인의 40%가 HIV 감염자이며 아프리카 대륙에는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일명 ‘에이즈 고아’가 천백만 명이 넘었다고 유엔아동보호기금(UNICEF)이 발표했다. 이런 추세라면 2010년에는 에이즈 고아가 2천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HIV 감염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아프리카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베트남 등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보인다. 이들 국가에서 HIV 감염자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은 마약 중독자들이 주사기를 공용하는 습관과 불안전한 성관계다. 무엇보다도 에이즈를 매독이나 임질 같은 성병의 하나로 여기는 국민들의 낮은 인식이 가장 큰 문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에서 HIV 확산을 막지 못하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인근 국가들에도 예상하지 못한 ‘에이즈 재앙’이 닥칠 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몇몇 국가에서는 이제 에이즈가 개인적인 질병이 아니라 국가의 경제를 좀먹는 요인이 되었다. 세계은행의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 담당자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에이즈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날이 곧 온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개방적인 성 관념에 비해 성 지식은 무지한 우리에게 에이즈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예방대책과 대처법을 심각하게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