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를 보면 건강수준을 안다

당나라 때 대시인 두보가 지은 <애강두>라는 시에 ‘명모호치(明眸晧齒)’는 말이 있다. 맑은 눈동자와 하얗게 빛나는 치아라는 뜻으로 미인을 이르는 말이다. 희고 건강한 치아는 미의 기준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는 사실이 각종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미국 보스턴 대학 치과대학 연구팀이 심장병 환자들의 치아상태를 건강한 사람들과 비교해 보니 치아건강이 나쁜 사람은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았다. 심혈관 질환을 예측하는 데는 치과에 가면 쉽게 알 수 있는 이러한 지표가 더 정확하다고 결론 내렸다.

치아건강이 나쁜 사람들은 심장병 예방에 좋은 섬유질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없다. 그래서 섬유질 섭취량이 줄어들고 그것이 심장질환의 원인이 된다. 이 결과는 2002년 미국 하버드대학 치과대학 연구팀이 “치아를 많이 잃었거나 잇몸질환이 있는 사람은 뇌졸중 발생 위험이 57% 높다”고 보고한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치과질환과 뇌졸중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치주질환(잇몸병)을 앓으면 구강 내에 만성적으로 세균 감염이 일어나기 쉽다. 구강 내 세균이 혈액으로 침투하여 심장과 뇌에 이르는 혈관에서 염증을 유발하면, 뇌로 공급되는 혈류가 방해 받고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치아건강이 나쁜 사람이 겪는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치아를 많이 잃은 사람들은 췌장암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가 많이 빠진 사람의 입 안에는 세균이 득실거리고 세균은 소화기관으로 이동하여 ‘니트로스아민’이라는 발암물질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단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전학적으로 볼 때 알코올 중독자로 발전할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 증거로 알코올을 좋아하는 동물이 단것을 더 많이 먹는다거나 알코올이나 코카인 중독자들이 단것을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집안에 알코올 중독 내력이 있는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자가 될 위험이 높은데, 실험 결과 알코올 중독자가 있는 집안 출신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단것을 좋아하는 비율이 2배 이상 높았다. 단것에 대한 선호가 알코올 중독자로 발전하기 전에 나타나는 전조 징후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우리 몸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건강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양치질을 꼼꼼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잇몸 사이에 낀 음식물 때문에 생기는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치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치실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구강암과 식도암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치실은 잇몸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

탄산음료를 마신 뒤에는 곧바로 양치질을 하면 안 된다. 탄산 음료는 산도가 매우 높아 치아 표면의 에나멜을 부식시킬 수 있다. 적어도 30~60분 후 입 안에서 탄산음료가 사라지길 기다린 후 양치질을 해야 한다. 올바른 치아관리법을 알고 시행해야 잇몸질환과 각종 질병까지도 예방할 수 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