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 10명 중 7명 이상은 심각한 요통(腰痛)을 경험한 적이 있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요통의 원인이 그들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8명 중 하나는 수술을 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는 결과가 발표되어 의료서비스의 제공자인 의료인의 작업환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Occupational Medicine』 제51호;433-438쪽, 2002년 9월) 북아일랜드 엘트나젤빈 지역병원(Altnagelvin Area Hospital) 소속의 돌란(Dolan)과 마틴(Martin)은 의사들에게 빈번히 발생하는 요통의 실태를 파악하고 구체적인 위험요소가 무엇인가를 알아보았다. 이들은 산부인과 의사를 연구대상으로 선정한 뒤 요통 증상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지를 만들어 전*현직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우편으로 보냈고, 회수된 설문지를 분석했다. 설문지 회수율은 94%(114명 중 107명)였고, 이 중 79%는 현직 의사였다. 72%의 의사들은 심각할 정도의 요통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고 응답했고, 이 중 53%는 그 원인이 환자의 진료 및 수술에서 비롯된 것이라 밝혔다. 그리고 70%는 병원업무가 자신의 요통을 계속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작업 중에 요통을 경험했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질부수술(vaginal surgery)이 54%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복부수술 49%, 골반검사 31%, 복부초음파검사 18% 등이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장시간 수술을 진행하는 동안 앉거나 서있으면서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부자연스런 자세를 계속 취하게 되는 것을 주된 원인으로 지적했다. 외국의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의 요통 실태에 대한 기존의 연구에서도 안과의사의 54%, 치과의사의 65%가 진료업무로 인해 심각한 요통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간호사의 42%는 자신의 요통이 직업과 관련이 있다고 응답했다. 국내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자신도 요통으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으며, 주변의 동료들도 요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 산부인과라는 진료과목의 특성상 한밤중에도 응급분만을 위해 일어나야 하는 경우가 흔하고, 그렇다 하더라도 다음 날 충분히 쉬지 못하고 주어진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질병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의사인 자신의 질병에 대해서는 애써 무시하려는 의사들의 풍토와 의료업무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음주 등으로 달래려는 의사들의 문화가 질병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요통으로 인해 근무를 못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약 20%였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3년이란 기간의 진료손실에 해당한다. 의사 개인의 손실이자 사회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아직 국내의 의료서비스 제공자의 요통 실태에 대한 연구결과를 접하지는 못했으나, 진료내용의 유사성을 감안한다면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도 엄연한 근로자이고 그들의 건강상태가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의료인의 근무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노력은 의료인 내부에서 먼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