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요구하는 것이 많은 반면 일에 대한 재량권은 그리 크지 않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그 스트레스로 인해 심혈관 질환(cardiovascular disease) 사망위험이 두 배 이상 높아지고, 일에 대한 노력만큼 적절한 보상(금전적 보상, 사회적 인정, 직업의 안정성 등 포함)이 뒤따르지 않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이 질환의 사망률을 두 배 이상 높여준다.” 이 같은 결과는 핀란드의 헬싱키 대학 심리학과 교수 들이 주축이 되어 실시한 ‘직업성 스트레스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British Medical Journal』제325호;857-861쪽, 2002년 10월) 연구대상은 핀란드의 중심부에서 각종 기계를 생산하는 발멧(Valmet)이라는 공장의 근로자였다. 이들은 연구가 시작된 1973년 현재 최소한 15개월 이상의 근무경력이 있고,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지 않은 근로자 중에서 성별과 연령, 그리고 업무내용(관리자, 사무직, 숙련공, 미숙련공)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최종 선발된 연구대상은 812명이었고, 1973년부터 25.6년간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건수를 추적조사했다. 연구기간 동안 연구자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 임상실험을 정기적으로 실시했다. 먼저 인적 특성과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고령일수록, 여성보다는 남성이, 흡연자일수록, 혈압이 높을수록,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더 높은 사망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위의 인적 요소들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보정한 뒤, 최종적으로 이 연구의 주된 관심사인 직업성 스트레스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사이의 관계를 파악했다. 그 결과, 업무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여기는 집단이 가장 적은 스트레스를 받는 집단의 사람들 보다 2.2배 높은 사망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신의 일에 대한 노력과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보상 사이의 불균형을 가장 심하게 느끼는 집단이 가장 낮은 집단의 근로자 보다 2.4배나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직업성 스트레스를 측정하기 위한 두 개의 서로 다른 분석 방법(모형) 모두에서 동일한 결과를 보인 것이다. 심혈관계질환은 현대인의 주된 사망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이 질환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금연하고, 술을 적게 마시고,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할 것을 꾸준히 권장해왔다. 앞으로는 사회심리적인 측면에서 이 질환의 위험성을 낮추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불안정한 경제상황이 계속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요즈음, 정밀한 연구설계와 20여 년에 걸친 추적연구를 통해 높은 신뢰성을 확보한 이 연구의 결과는 직업성 스트레스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