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와 종이를 생산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유해한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물질이 이산화황(SO2)이다. 일반인도 흔히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황에 폭로되지만, 직업적 폭로에 비하면 농도가 낮은 편이다. 프랑스의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는 브라질,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일본,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스웨덴, 미국 등 12개국에서 적어도 1년 이상 펄프 및 제지산업에 종사하면서 이산화황에 노출된 기록이 있는 노동자 57,613명을 대상으로, ‘작업 중 이산화황 폭로와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제110호;991-995쪽, 2002) 관찰기간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이고, 이 기간 동안 7,613명이 사망했는데, 이중 폐암으로 죽은 사람은 488명이었다. 분석 결과 이산화황에 폭로된 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황에 폭로된 사람들 중에서도 고농도에 노출된 쪽이 저농도에 노출된 쪽에 비해 사망률이 2배나 높았다. 게다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전체 사망률을 비교했을 때는 이산화황 폭로 여부가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산화황 노출이 폐암 발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편, 흥미로운 결과는 같은 제지산업 종사자 중 이산화황에 폭로된 적이 없는 사람들은 일반 인구에 비해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낮았다는 점이었다. 연구자들은 이를 ‘건강한 근로자 효과(healthy worker effect)’로 파악해서, 이산화황 노출과 폐암 발생률 간의 관련성을 부정할 근거로 삼지는 않았다. 좀 더 설명하자면 ‘건강한 근로자 효과’는 어떤 사람이 직업을 가졌다는 사실은 이미 노동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한 육체를 가진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아, 남녀노소 병약자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일반 인구에 비해 사망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결론적으로 펄프 및 제지 산업 노동자 중에서 이산화황에 폭로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폐암발생률이 높아지고, 특히 고농도에 폭로될수록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