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에는 고온 목욕 피하세요

뜨끈뜨끈한 물에 몸을 푹 담가야 제대로 목욕한 것 같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임신한 지 얼마 안 된 여성이라면 당분간 그 행복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임신 초기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목욕을 자주 하면 유산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역학저널 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158호(2003)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지역 카이저 의료원의 연구진이 임신 초기의 여성 1,063명을 2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뜨거운 물을 욕조에 받아 목욕하거나 월풀(욕조 물에 소용돌이를 만들어주는 기계장치), 자쿠지(기포목욕 장치) 등을 쓴 임신부는 이것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임산부에 비해 임신 초기(임신 20주 미만)에 유산할 위험이 최소 1.7배에서 최대 2.7배까지 높게 나타났다.

유산 비율은 목욕 회수와도 비례했다. 고온 욕조목욕을 일주일에 한 번 미만으로 한 경우에는 1.7배, 한 번은 2배, 한 번 이상은 2.7배씩 유산 위험이 높아졌다.
연구진은 유산의 원인을 “뜨거운 물로 목욕하면 임산부가 과체온 상태에 이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기존의 동물실험에서도 임신 중 과체온이 태반과 혈관 등에 장해를 일으키고 기형과 유산의 위험을 높인다고 밝혀졌다.

이에 덧붙여서 불임과 고온목욕의 연관성은 불확실하지만, 과체온에 따른 유산은 임신부가 미처 불편감을 느끼기 전에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그기보다는 땀을 내서 어느 정도 체온 조절이 가능한 ‘사우나’를 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