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파 낳은 자식’이 줄어들고 있다. 자연분만이 줄어들고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는 산모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이야기다. 현재 전 세계에서 태어나는 아기 5명 중 1명은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다는 조사도 있다. 제왕절개는 이미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이 분만법의 중대한 결함을 지적하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여성은 그 후에 수정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설사 임신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자궁외임신이나 유산, 임신 합병증 등이 나타날 위험이 높다는 결과도 있다. 제왕절개 수술로 첫 아기를 낳은 여성은 자연분만을 한 여성보다 자녀 수가 적은 경향이 있다. 다음 아기를 가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제왕절개를 한 여성 쪽이 더 길다고 알려졌다. 외과적 수술을 또 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산모는 정신적으로도 큰 부담을 느껴서 다시 아기를 갖지 않으려는 것이다. 제왕절개 분만법의 문제는 출산 후에도 계속된다.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은 여성은 질 분만을 했던 여성에 비해 불안 증세, 실망감 등을 더 많이 느끼고, 아기와의 유대감이나 모유수유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태아의 위치가 비정상적이거나 임신부의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처럼 반드시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 급격히 수술 건수가 늘어난 데는 다른 이유들이 더 많이 작용한 것 같다. 의료인의 방어적인 진료자세, 경제적 요소, 산모의 그릇된 믿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길일을 택해 아기를 낳으려는 사람들까지 있다니 제왕절개 본연의 목적과는 한참 멀어지고 말았다. 현재 한국의 제왕절개 분만 비율은 40%가 넘는다. 선진국 중 가장 높다는 미국의 수치와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100년에 우리나라의 인구는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금, 이처럼 높은 제왕절개 출산율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제왕절개라는 현대 의학기술이 여성을 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경고를 흘려 들어선 안 된다. 영국 정부는 자국의 제왕절개 분만율이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치인 10%를 넘어서 15% 수준에 이르자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제왕절개 분만에 대해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도 어떻게 아기를 낳을지 고민해 보고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가 되었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