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먹고 자란 아기, 알레르기성 질환 덜 걸린다

최근 모유 수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모유 수유를 선택하는 산모가 증가하고 있다. 스웨덴 노르배카(Norrbacka) 병원 환경보건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도 모유 수유의 당위성을 더욱 확고히 해주고 있다. (『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제87호; 478-481쪽 2002년)

연구팀은 같은 시기에 태어난 신생아 4,089명(남자 2,065명, 여자 2024명)을 대상으로 1994년 2월부터 1996년 11월까지 수유 방법에 따라 질병 발생에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분석했다. 1차로 생후 2개월 때 부모에게서 주거 상황, 환경 요인, 알레르기 질환의 가족력, 교육 수준, 고용 상태에 대한 자료를 입수하고 2차로 아기 연령이 각각 한 살, 두 살이 되었을 때 다시 부모로부터 얻은 수유 방법과 질병 자료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했다.

모유 수유 방법은 전적으로 모유 수유에만 의존한 ‘완전 모유 수유’와 모유와 함께 다른 음식(아기용 분유, 고형식품 등)도 함께 공급한 ‘부분 모유 수유’ 두 가지로 나누었고, 모유 수유를 전혀 하지 않은 그룹과 비교 분석했다. 분석 대상이 된 질환은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 음식 알레르기, 중증 알레르기(앞의 증상을 3개 이상 가진 경우)였다. 산모들의 평균 수유 기간은 완전 모유 수유의 경우 5개월이었고, 부분 모유 수유는 8개월이었다. 그리고, 산모 중 80%는 출산 후 적어도 처음 4개월 동안은 완전 모유 수유를 했다.

아래 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완전 모유 수유나 부분 모유 수유를 받은 아기는 모유를 전혀 먹지 않은 아기에 비해 질병 발생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모유 수유의 질병 예방효과는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았던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일 경우 더욱 두드러졌다. 산모의 나이가 어리고, 교육 수준이 낮고, 흡연자일수록 모유 수유 기간은 짧았고, 모유 수유의 효과는 아기의 성별에 따라 차이가 없었다.

수유 방법뿐만 아니라 수유 기간도 질병 발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아토피성 피부염과 중증 알레르기 질환은 완전 모유 수유 기간이 4개월 이상일 때 그 이하인 경우보다 발생률이 유의하게 줄어들었다. 또한 부분 모유 수유라도 수유 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 중증 알레르기 질환 부분에서 6개월 이하인 경우보다 질병 발생률이 낮았다.

결과적으로 완전 모유 수유를 하면 적어도 생후 2년 동안은 천식을 비롯한 알레르기성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효과는 완전 모유 수유보다 작기는 하지만 부분 모유 수유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두 방법 모두 수유 기간이 길수록 질병 예방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아토피성 피부염을 비롯한 알레르기성 질환 증세를 보이는 신생아가 급증하고 있다. 아직 이 질병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각종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검증된 모유 수유가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다.

모유 수유를 결정한 산모는 음식 섭취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산모가 먹은 음식 중에 아기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이 포함되어 있으면 모유를 통해 고스란히 아기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식품들은 달걀 흰자, 땅콩, 밀가루, 닭고기, 유제품, 콩류 등이다.

그러므로 모유 수유 중인 산모는 자신이 어떤 음식을 섭취했을 때 아기의 얼굴이나 팔 다리에 발진과 같은 알레르기 증세가 나타나는지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더 적극적인 행동으로는 아기가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혈액 검사를 해보면 된다.

알레르기성 질환은 아기에게 관심을 가지고 주의하면 발병을 막을 수 있다. 엄마의 부주의로 아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큰 고통을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아기를 지켜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